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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헨리족' 미리 잡자…패션 기업들 눈독

부유층 늘어나며 패션 소비 늘어

고소득 전문직·사무직 K패션 선호

LF '헤지스' 올 1~5월 매출 50%↑

골프 웨어 '왁'도 日·中 이어 타진

유니클로 진출, 스파오 상표 등록

베트남 호찌민 타카시야마 백화점에 입점해있는 헤지스 베트남 5호점에서 고객이 옷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LF




국내 패션 업체들이 베트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구가 1억 명에 육박하는데다, 30대 이하 젊은층 비율이 절반 이상에 달해 내수 시장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제 성장에 따라 현지 소비자들의 경제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로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FnC의 자회사 슈퍼트레인은 골프웨어 '왁'(WAAC)을 베트남에 진출시키기 위해 현지 바이어들과 접촉하고 있다. 토종 골프웨어인 왁은 앞서 일본과 중국, 미국에 진출한 바 있다. 이번 베트남 진출을 필두로 성장세가 가파른 동남아시아 내 골프웨어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코오롱FnC는 2017년 베트남에 '왁'과 캐릭터 '왁키'의 디자인과 상표를 등록하고 진출 기회를 모색해왔다.



LF는 트래디셔널 캐주얼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연령대가 낮은 전문직과 사무직 등이 정장 대신 평소 트래디셔널 캐주얼을 즐겨 입으면서 현지에서 '고소득층'이 입는 패션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이들은 현지 기준으로 소득이 높아 잠재적 VIP로 분류되는 '헨리족'(High Earners, Not Rich Yet·아직 부자는 아니지만 소득은 높은 층)으로도 불린다. 타미힐피거와 폴로 랄프로렌 등 글로벌 브랜드가 이미 베트남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LF의 '헤지스'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 중이다. LF에 따르면 헤지스의 올 1~5월 베트남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50% 성장했다. 2017년 국내 대기업 패션 브랜드 중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헤지스는 하노이와 호찌민의 고급 백화점에 주로 입점해 있다. 이를 통해 베트남 고위 공무원과 운동선수 등 VIP들이 즐겨 입는 고급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대표 상품인 남성 피케 티셔츠는 현지 사회 초년생들의 '출근복'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달 기준 매장 수는 7개로, 내년까지 총 10개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랜드는 제조·일괄 유통(SPA) 스파오의 상표권을 2020년에 등록하고 베트남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 베트남은 글로벌 SPA 브랜드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패션 기업들은 베트남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데, 현지에서 바로 판매를 함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H&M과 자라가 각축전을 가운데 2020년 일본 유니클로도 베트남에 진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이랜드는 2009년 베트남 국영기업 '탕콤'을 인수하고, 호찌민 인근에 있는 생산 기지에서 옷을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여성복 스튜디오 톰보이와 남성 럭셔리 브랜드 맨 온더 분의 상표를 등록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 기업들이 2000년대에도 베트남을 눈여겨봤지만, 당시에는 소비자들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며 "과거 '생산 기지'에서 동남아를 리드하는 소비 시장으로 베트남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명품 업체들도 베트남으로 몰리고 있다. '베트남의 청담동'으로 불리는 호찌민 동커이 명품거리에는 일명 '에루샤'(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이 몰려있고, 구찌는 지난 4월 호찌민의 상징적인 장소 오페라하우스에서 VIP 초청행사를 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7%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3.6%)의 두 배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베트남 전체 인구에서 부유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5%에서 2030년 16%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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