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 2021년 청년 체감실업률이다. 정규직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라는 뜻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취업 절벽에 놓인 청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기성세대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의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것뿐이다.
201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를 초청해 한국의 노동 개혁 방향에 대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총리를 맡고 보니 실업자가 500만 명이 넘는 등 독일의 경제 상황은 심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노조의 지지를 기반으로 집권한 독일 사회민주당의 당수였음에도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노동시장 개혁뿐이라고 판단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폭스바겐 임원 출신인 페터 하르츠를 노동시장 개혁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일명 ‘하르츠 개혁’이라고 불리는 과감한 노동 개혁안을 만들도록 했고 이를 적극 실행했다. 토론에서 그는 독일이 하르츠 개혁을 통해 유럽의 병든 남자(슈뢰더)에서 건강한 여자(메르켈)로 변신했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슈뢰더 전 총리는 또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지도자가 국민을 대신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개혁의 대상인 노조와 함께 개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도 했다. 개혁 당사자가 원하는 개혁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을 역임하던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신뢰를 유지해 달라”며 “한국은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노동 개혁을 이뤄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한국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이후 한 번도 개혁다운 개혁을 이뤄낸 적이 없다. 지난 24여년간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본의 아니게 외국투자가들을 기망한 꼴이 됐다. 반면 슈뢰더 전 총리는 비록 선거에서는 졌지만 독일 경제는 살렸다.
독일은 노동 개혁을 통해 고용률이 2005년 65.5%에서 2020년 76.2%까지 꾸준하게 상승했다. 실업률은 2005년 11.3%에서 2020년 3.9%까지 하락했다. 특히 같은 기간 청년 실업률은 14.0%에서 6.1%까지 떨어졌다. 캐나다 연구기관인 프레이저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독일의 노동시장 규제 순위는 2005년 전체 141개국 중 124위에서 2019년 165개국 중 39위로 85계단 올랐다. 반면 한국은 2005년 74위에서 2019년 151위로 77계단 하락했다.
노동 개혁을 계속 미루다 보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고 외국기업은 한국에 투자를 꺼린다. 성장 동력 엔진이 사그라들면 결국 미래 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의 현 직업도 보장할 수 없다. 독일뿐 아니라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마가릿 대처 수상도 과감한 노동 개혁으로 경제를 살렸다. 이제 새 정부도 과감한 노동 개혁에 나서야 한다. 우리 미래 세대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면 정부의 용기 있는 결정에 국민도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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