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함에 따라 누리호 개발과 제작에 참여한 민간 기업에도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액체연료 엔진을 활용한 우주로켓 발사에 성공한 일곱 번째 국가로 등극한 만큼 전 세계 국가들과 선진 우주 기업들의 이목도 국내 우주항공 기업들에 쏠릴 수밖에 없다.
누리호 발사에 참여한 국내 기업은 주력 참여 기업 30여 개를 포함해 300여 개다. 핵심 기술을 담당한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우주항공·토목 관련 중소·중견기업이다. 그만큼 국내 우주산업의 저변에 대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까지 많이 포진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나로호 개발 당시 참여 기업 숫자(150여 개)보다 두 배나 늘어났다. 특히 주력 참여 기업 30여 개에서만 500명가량의 인력이 투입했다. 특히 누리호는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진행한 만큼 국내 우주산업이 민간 주도로 옮겨갈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우선 길이가 50m에 육박하고 무게만 200톤에 달하는 누리호의 체계 총 조립을 총괄한 기업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다. KAI는 조립뿐 아니라 탱크·동체 등 구조체 제작도 맡았다.
누리호 동체는 우주를 향해 날아가면서 어마어마한 열과 압력을 버텨야 한다. 하지만 연료를 최대한 많이 싣기 위해 동체 두께는 1.4㎜로 매우 얇고 가볍게 설계됐다. 이를 위해 탄소섬유·유리섬유 등 복합 소재와 금속이 동체의 주요 소재로 제작된다. 탱크와 동체는 KAI뿐 아니라 두원중공업·에스앤케이항공·이노컴·한국화이바·데크항공 등이 참여했다.
로켓 발사에서 가장 중요한 추진기관·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등 9개 사가 참여했다. 한화(000880)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누리호 75톤급 엔진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75톤급 엔진은 개발 초기에 성능 위주로 설계해 목표 대비 25% 무겁게 제작됐지만 반복적인 엔진 연소 시험을 통해 무게 감량을 위한 설계 개선을 통해 최종적으로 무게를 대폭 줄였다. 이를 통해 비행시험을 통해 성능 검증까지 마친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 엔진이 됐다. 영하 180도에 달하는 극저온의 액체산소와 연소 시 발생하는 3300도의 초고온을 모두 견딜 수 있게 제작됐다. 특히 우주발사체 엔진 기술은 미국·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들이 극비로 취급하기 때문에 국가 간 기술이전이 불가능하고 모든 기술은 자체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 난도가 매우 높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누리호 3차 발사에 사용될 엔진까지 생산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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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추진기관·엔진 부문에서 에스엔에이치·비츠로넥스텍·삼양화학 등 국내 중소·중견기업들도 각각 연소기·가스발생기·점화기 등을 제작했다. 배관조합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했다. 이 부품들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매우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실제 추진체와 초고온 가스가 흐르는 배관은 초저온용으로 개발된 철강을 사용하며 영하 200도까지 견딜 수 있게 제작됐다.
이외에도 △체계종합(유콘시스템·카프마이크로 등 6곳) △유도 제어·전자(7곳) △열·공력(한양이엔지·지브이엔지니어링 등 3곳) 등 주력 분야 참여 기업만 30여 곳에 이른다.
발사대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47.2m, 200톤에 달하는 누리호를 지지하고 우주로 쏘아 올리는 힘을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나로호 개발 당시 설치한 제1발사대는 러시아로부터 기본 도면을 지원 받아 국산화 과정을 거쳐 개발된 발사대지만 제2발사대는 순수 국내 기술로 구축한 발사대다.
현대중공업(329180)은 이 같은 발사대 제작을 주도하며 발사대 시스템 공정 기술의 국산화율도 100% 가까이 끌어올렸다. 현대중공업은 발사대 기반 공사를 비롯해 발사대 지상기계설비(MGSE), 발사대 추진제공급설비(FGSE), 발사대 발사관제설비(EGSE)까지 독자적으로 설계, 제작, 설치 완료했다. 현대로템은 누리호 연소 시험과 유지·보수를 담당했다.
중소기업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누리호 터보펌프 개발에 참여한 에스에이치는 원래 자동차 터보엔진 부품사다. 회사는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해외 소형 발사체 터보펌프 부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누리호 동체와 위성의 덮개인 페어링 개발을 한 한국화이바는 대전에 새로 설계기술센터를 차려 발사체 부품 수출 시장에 도전한다.
누리호 발사 성공의 발목을 계속 잡은 것은 산화제탱크였다. 16일 당초 예정된 누리호 발사가 무산된 것은 1단 산화제탱크의 레벨 센서 신호 점검 과정 중 이상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차 발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3단 산화제탱크는 이번 발사 과정에서 설계를 대폭 수정했다. 1차 발사 중 3단 엔진의 연소가 조기 종료된 것은 산화제탱크 속의 헬륨탱크를 고정해주는 지지대가 공중에서 파손된 탓이다. 이에 항우연은 산화제탱크를 개발한 두원중공업과 3단 산화제탱크 내 헬륨탱크는 계산된 하중보다 1.5배 더 견디도록 설계했다. 문제가 된 3단 산화제탱크 보완 작업을 완료하고 검증 단계까지 마쳐 이번 발사 성공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됐다.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누리호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논평을 냈다. 경제단체들은 향후 지속적인 민관 협력으로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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