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검찰 정기 인사가 임박했다. 오는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을 앞두고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특수통’ 검사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지난번 ‘원포인트성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특정 사단에만 요직을 몰아준다는 인상을 심어줄 경우, 자칫 조직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21일 오후 3시 검찰 중간 간부급 이상 승진·전보 인사를 논의하기 위한 검찰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검찰인사위는 검찰 인사행정에 관한 기본 계획, 검사 임용·전보의 원칙과 기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검사 3명, 판사 2명, 변호사 2명, 법학 교수 2명, 변호사 자격이 없는 전문가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통상적으로 인사위 회의가 열린 당일 또는 다음 날 인사안이 발표돼왔다.
이날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대신해 참석한 예세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은 법무부 청사에 들어가기 전 ‘정해진 안건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다"고 선을 그었고, 또 다른 인사위원인 권익환 변호사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 방안이 될 수 있도록 잘 토의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당초 인사위 직후 일선 지검장·고검장을 포함한 검사장급 인사는 물론, 부장·차장검사 등 중간 간부급 이상까지 한 번에 낼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법무부는 신중론을 택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하루 만에 인사위 개최 없이 단행된 ‘원포인트성 인사’에서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등 이른바 ‘윤(尹)사단’이라 불리는 특수통 검사들이 핵심보직에 올랐다. 이번 인사에서도 사법연수원 28~29기 윤 라인 특수통 검사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8기에서는 신응석 서울고검 검사, 이진동 서울고검 감찰부장, 임현 서울고검 형사부장이, 29기에서는 박지영 춘천지검 차장검사, 송강 청주지검 차장검사,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 등이 물망에 오른다.
다만 곧바로 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건 고심의 흔적 없이 특정 조건을 갖춘 검사 위주로 중용했다간 조직의 반발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이 교체된 후 첫 검찰 정기인사가 전례 없을 정도로 큰 폭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검찰 안팎에 시선도 집중된 상태다. 한 장관 역시 전날 "법무부 장관이 바뀌었고, 총장도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석이 많이 나는 만큼 큰 폭의 인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수완박에 맞서 재정비가 시급한 국면에서 ‘편애 인사’로 일선 형사·공공형사부 검사들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는 건 법무부로서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편,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보직을 맡았던 검사들은 좌천 수순을 밟은 것이란 게 확실시 된다. 법무부는 이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 정원을 5명 늘리는 내용의 ‘법무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국무회의에 상정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찰 내에서 대표적인 한직으로 꼽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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