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관리감독 하에 올해 2년 차를 맞는 ‘지역뉴딜 벤처펀드’가 명칭에서 ‘뉴딜’ 단어를 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이 추진하는 ‘정책형 뉴딜펀드’를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는 담당 부서인 ‘뉴딜금융과’를 ‘지속가능금융과’로 이름을 변경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뉴딜의 명칭을 뗀 것으로 새 정부에서 지난 정부의 정책 흔적 지우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 등에 따르면 이달 8일 한국벤처투자는 2022년도 5차 이사회를 열고 운영 중인 모펀드(지역뉴딜 벤처펀드) 명칭에서 뉴딜을 혁신으로 대체해 ‘지역혁신’ 벤처펀드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연직 이사인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과장을 비롯해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사장, 문주철 감사 등 이사회 7명 전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명칭 변경 이유로 정부의 지역혁신 정책에 맞추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지역뉴딜 벤처펀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소재 공공기관, 모태펀드가 함께 모펀드를 조성해 지역 주력 산업에 투자하는 자펀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충청권과 동남권 등 총 4개 권역에 최대 5000억 원 규모의 민관 합작 벤처펀드를 조성해 비수도권 혁신기업을 육성하려는 문 정부 후반기 핵심 국정과제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당초 설계대로 예정된 출자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새 정부 국정 방향을 고려해 지역 혁신 정책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고자 명칭을 변경해 펀드 성격을 명확히 하려는 조치”라고 했다.
문 정부의 하반기 경제 분야 핵심 정책인 ‘한국판 뉴딜’의 흔적을 지우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역뉴딜 벤처투자와 유사하지만 규모가 큰 정책형 뉴딜펀드(20조원 규모)를 감독하는 금융위원회는 담당 부서의 명칭을 발 빠르게 변경했다. 이달 초 금융위는 금융정책국 산하 뉴딜금융과를 지속가능금융과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부서를 총괄하는 담당 과장과 업무 내용은 동일하다. 문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뉴딜’을 떼 낸 것이다.
금융위 측은 기존 뉴딜금융과 소관 업무가 뉴딜 정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녹색금융과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 등을 다루고 있어 이를 포괄하는 명칭으로 바꿨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위를 시작으로 다른 뉴딜 관련 사업들도 이름을 바꿀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두는 모습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성장금융의 새로운 경영진이 꾸려지면 지역뉴딜 벤처펀드처럼 정책형 뉴딜펀드도 지속가능펀드로 명칭 변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두고도 문 정부에서 예산의 핵심 축이었던 ‘한국판 뉴딜’이 1년 만에 종적을 감췄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대통령인수위원회부터 예고됐다. 인수위는 올해 34조 원이 배정된 한국판 뉴딜 사업을 지출 구조조정 1순위로 거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뉴딜정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부자들한테 세금을 왕창 뜯어서 공공사업을 벌여 경기를 부양한다고 한다. 이것은 1930년대 미국의 뉴딜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이번에 명칭 변경을 펀드를 포함해 지난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 다른 사업과 중복되는 한국판 뉴딜 사업 33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산업은행 출자 뉴딜펀드와 중소기업모태조합출자 등과 관련한 예산 삭감이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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