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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떨어지면 좋아진다는 생각은 순진”…“골드만·모건 침체확률 50%”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CEO. 위키피디아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지난 주 낙폭을 일부 회복하는 모습인데요. 나스닥이 2.51%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45%, 2.15% 뛰었는데요. 한때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만1000달러 이상으로 오른 것도 투자심리에 도움이 됐습니다. 투자자들이 일정 부분 위험자산으로 되돌아온 것이죠.

하지만 이 같은 상승에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데요. 경기침체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증시는 아직 바닥이 아니고 다가올 침체가 가격에 다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이죠.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 분석도 여전한데요. 어제 장이 쉬었던 만큼 오늘은 계속 커지는 침체 우려와 증시 전망, 알아보겠습니다.

골드만 “2년 내 침체 가능성 35→48%”…머스크 “어느 시점에서는 경기침체 불가피”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우리는 경기침체 리스크가 더 커졌으며 앞쪽에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주요 이유는 성장 경로가 낮아졌고 연준이 경제활동이 감소하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더 치솟을 경우 하는 수 없이 더 강하게 대응해야만 하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1년 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15%에서 30%로 높였고 2년은 35%에서 48%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확률인데요.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도 내려잡았습니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1.3%에서 0.9%로, 내년은 1.6%에서 1.4%로 낮췄는데요.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경기침체 가능성은 50대 50”이라며 “올해에 대한 기본 가정은 침체가 없다는 것이지만 내년에는 그 확률이 ‘상당히(significantly)’ 올라간다”고 봤습니다.

블룸버그가 후원하는 ‘카타르 이코노믹 포럼(Qatar Economic Forum)’에서도 비슷한 경고들이 쏟아졌습니다. 아틀라스 머천트 캐피털의 설립 파트너인 밥 아이아몬드는 “미국의 경기침체는 거의 피할 수 없다”며 “경기둔화는 경기사이클의 한 부분이며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이를 계속해야만 한다”고 짚었는데요. 그는 다음 달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봤습니다.



앞서 미국 경제에 대해 좋지 않은 느낌을 언급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어느 시점에는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고,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 회장 역시 “나는 이 인플레이션이 꽤 나쁘며 그 결과는 경기침체가 될 것으로 본다. 어떤 경기침체라도 2분기는 지속한다”고 기존의 비관적 전망을 유지했는데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블룸버그TV에 “물가상승률이 높은데 소비자 신뢰도와 소매판매, 제조업 활동, 주택 등 모든 지표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도 내다봤습니다.

루비니 교수야 매번 비관적인 얘기만 하고 잘 맞는 것도 아니니 논외로 하더라도 계속해서 침체 확률이 상승하고 있고 많은 이들의 전망이 나빠지고 있다는 추세가 중요한데요. 특히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는 그동안 나온 지표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핵심입니다. 칼리트 어드바이저 파트너의 르노어 엘레 호킨스는 “소비가 지금까지 봐왔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머스크처럼 기업의 심리도 안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꼭 눈여겨 봐야만 하는 부분입니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는 이날 재활용 순환 경제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앞으로 최대 3년까지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측면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거론했습니다.

타깃 CEO “재고율 사상 최고. 대부분이 여태껏 못 본 경제환경”…“인플레 떨어지면 경제둔화 불 보듯”


기업 얘기가 나왔으니 증시에 어닝 쇼크를 한번 일으켰던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타깃의 상황을 추가로 살펴보죠. 브라이언 코넬 타깃 CEO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우리는 우리 대부분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환경에 있다”며 “뉴욕을 떠나 미국의 다른 지역과 상점,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미국 소매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사상 최고 수준의 재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9월 새학기가 시작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봤지만 전에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던 대로 재고 처분에 따른 이익 감소는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또 9월에 원하는 만큼 소비가 살아날지도 문제인데요. 당초 월마트와 함께 싼 물건을 팔음으로써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게 자신들의 신념처럼 얘기했던 것과 비교하면 자신감이 꽤 떨어진 듯합니다.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고 해서 그걸로 모든 게 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요. 현재 물가상승이 공급망 문제와 코로나19 이후의 보복소비,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과 주거비용 인상이라는 것을 보면 금리인상에 따른 인위적인 수요 감소는 결국 경기둔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추가로 공급망 요인의 개선 없이 물가를 내려가게 하려면 더 많은 금리인상이 필요하겠죠. 경기침체 우려가 많은 이유지요.



휘발유 가격 상승은 미국의 경기침체에 빠지느냐에 주요 변수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CEO는 바이든 행정부의 유류세 한시 인하가 공급은 늘려주지 않고 되레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했다. 연합뉴스


그래서 단순히 인플레가 떨어지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다들 알고는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한번 직접적으로 들으니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좀더 명확히 감을 잡을 수 있게 되는데요.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나면 상황이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naive)하고 경제의 작동방식과도 맞지 않는다”며 “연준이 경제 약화를 초래하지 않고 인플레이션과 싸울 수 있는 일은 없다. 장기적으로 연준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의 형태를 띄는 중도노선을 택할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이는 연준이 물가를 완전히 잡을 수는 없고 적정 수준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인데요. 조나단 라이트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내년에 실업률이 약 5%까지 오르고 소비자물가지수도 5%를 넘는다면 1970년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일종의 스테그플레이션이 될 것”이라며 “최소한 완만한 경기침체를 낳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경기침체 우려와 금리인상에 따른 강달러 현상에 겹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달러화 사재기가 급증하고 있다는데요. 이날 달러인덱스는 한때 104.41 수준으로 이달 들어 105를 넘었을 때보다는 약간 낮지만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2020년 3월 코로라19 락다운 때 달러인덱스가 102.8 정도였는데요. 높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달러화가 약세가 되는 게 맞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를 걱정하는 해외 투자자들은 그들의 현금을 달러로 보유하고 있다”며 “S&P500이 약세장에 진입항 상황에서 달러화가 피난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숏커버링 증가도 증시 상승 원인”…모건스탠리, “침체 땐 S&P 15~20% 추가 하락”


채권시장도 그렇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채권금리가 올라야 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경기침체 우려에 떨어져야만 하는 요소가 존재합니다. 양쪽에서 서로 반대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죠. 최근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연 3.5% 가까이 갔다가 다시 내려왔지만 이날 다시 3.3%를 넘어섰습니다. 짐 보겔 FHN 파이낸셜의 금리 전략가는 “이처럼 서로 대립하는 움직임 때문에 지금 당장 채권에 투자할 만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그만큼 상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일 겁니다.

증시 불안은 더 큽니다. 비야르 파텔 반다 리서치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는 이날 시장에 대해 “이것은 여전히 데드 캣 바운스 같다는 느낌을 준다”며 “증시하락은 더 갈 것”이라고 했는데요. 데드 캣 바운스는 하락장에서 잠시 상승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죽은 고양이가 꿈틀하는 것이 빗댄 말입니다. CFRA의 샘 스토발 최고투자전략가도 “매우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 단순 반등이냐 바닥이냐는 것”이라며 “나는 이것이 반등은 될 수 있지만 바닥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아직 공포에 기반한 투자자들의 항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증시에 관해서는 연준의 금리인상과 기업수익 악화, 두 가지를 바탕에 깔고 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위키피디아


큰 틀에서는 연준과 싸우지 말 것, 기업 수익 악화와 싸우지 말 것 두 가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양적긴축(QT)이 나타나고 있고 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에 따른 수요감소에 기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므로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나설 이유가 적다는 건데요. 어닝 전망치 하향조정은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월가에서도 큰 이견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경기침체가 벌어지면 S&P500이 15~20%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재확인했는데요.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경기침체에 빠지면 S&P500이 15~20% 하락해 3000까지 밀릴 수 있다”며 “경기침체 위험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시장은 앞을 내다보기 힘들 것이다. 최소한 서너 달은 그럴 것”이라고 봤습니다. 결국 여름 내내 힘들 수 있다는 뜻이죠.

이와 별도로 이날 증시 상승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숏커버링(short covering·환매수)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숏커버링은 주식을 빌려 공매도한 투자자가 이를 갚기 위해 주식을 사는 것으로 주가 상승 요인이 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헤지펀드의 움직임을 살펴본 결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공매도가 있으며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오늘의 증시 상승의 이유를 누가 (정확히) 알겠느냐”면서도 “고려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은 지난 주 있었던 엄청난 공매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소프트랜딩이 가능하다고 보는 마리너 웰스 어드바이저의 제프 크럼플만은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 살 때는 아니”라고 했는데요. 이날 투자자들의 일부 복귀에도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할 때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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