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리볼빙(일부 결제 금액 이월 약정)에 대한 금융 당국의 우려에도 여전히 잔액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카드 사용 금액까지 갚기 부담스러워 결제를 미루는 한계 차주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 41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6조 2740억 원)보다 1425억 원(2.27%) 증가했다. 지난해 말(6조 823억 원)과 비교하면 3341억 원(5.49%)이나 늘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이용 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이월하는 결제 방식이다. 신용카드 대금을 한꺼번에 결제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가계 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월된 카드 부채에는 법정 최고 금리(20%)에 근접한 높은 이자가 부과돼 주의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업 카드사가 리볼빙 이용자에게 적용한 이자율은 평균 17.3%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신용카드 리볼빙 가입 및 이용 시 유의하라’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리볼빙에 가입됐다’ ‘무이자 서비스로 안내받았다’는 등의 불완전 판매 민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금감원은 “신용카드 결제액이 부족한 경우 더 나은 조건의 자금이 있다면 먼저 사용하라”면서 “불가피하게 리볼빙을 이용하는 경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기간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금융 당국의 계도로 리볼빙 잔액이 한때 줄어들기도 했지만 올해 4월과 5월 들어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 전문 금융사의 가계대출 증가가 비슷한 시기 급증한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4~5월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 전문 금융사는 모든 업권을 통틀어 가계대출 증가액(1조 6000억 원)이 가장 많았다. 전체 증가분(3조 원)의 53.33%를 차지했다. 금감원이 지난달 말 부랴부랴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를 재소집해 원인 파악에 나선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도 당시 “리볼빙 규모가 느는 데다 불완전 판매도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 보호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연체나 다름없는 리볼빙 이월 잔액은 물론 장·단기 카드 대출도 늘면서 코로나19 금융 지원 등으로 가려진 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7개 전업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6438억 원으로 전년(5444억 원)에 비해 994억 원(18.26%) 더 쌓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명식 상명대 명예교수는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 등이 그나마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카드사의 급전 대출”이라며 “국내외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 등을 감안해 건전성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연일 손실 흡수 능력 제고를 금융사들에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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