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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발목 잡는 변동금리…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이유는? [조지원의 BOK리포트]

7월 금통위 앞두고 깊어지는 빅스텝 고민

이창용 “변동금리 많아 가계이자부담 커져”

금리 오른다 해도 신규대출 80%가 변동

저금리 환경에 변동금리 선호 현상 굳어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2022.06.21




“우리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 하는 것은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나 이것을 통해 환율에 주는 영향, 또 사실 우리는 변동금리부 채권이 많기 때문에 그것이 가계 이자 부담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빅스텝을 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물가만 보지 않고 경기나 환율, 가계대출까지 보고 결정하겠다며 변동금리를 언급했다. 이후 ‘복합위기’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도 “우리나라는 변동금리부 채권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서 금리가 올라갈 때 이자 지급 부담이 커져서 취약계층의 소득 불평등이라든지 이런 문제도 같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재차 변동금리를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라며 강하게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유독 빅스텝만큼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물가뿐 아니라 경기 상황이나 환율, 가계부채까지 보고 결정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셈이다. 변동금리 대출을 두 차례 강조한 만큼 향후 빅스텝 결정에 있어서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으면 대출금리 변동에 따른 민감도가 높아지고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진다. 특히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부실위험은 확대된다. 한은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 비중은 1분기 말 전체 차주의 6.3%로 전년 말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자산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급격히 올리면 버틸 힘이 남지 않은 취약차주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 받는 입장에서 앞으로 시장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엔 고정금리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금리 수준이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은행이 금리 변동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고정금리 대출에 프리미엄을 붙이기 때문이다. 자금 필요기간, 시장금리 변동, 대출상품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에게 유리한 대출 방식을 선택한다.





한은은 물론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를 포함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요즘 같은 상황에는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 예상되므로 고정금리가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은 통계를 살펴보면 4월 고정금리 신규대출 비중은 19.2%로 올해 1월(23.7%) 대비 오히려 4.5%포인트나 낮아졌다.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규대출자 5명 중 4명은 변동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는 셈이다. 잔액 기준으로도 고정금리 비중이 23.8%에서 22.7%로 1.1%포인트 떨어졌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16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낮지 않았다. 정부도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고 차입자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2015년 4월은 전체 대출의 73.4%가 고정금리일 정도로 많았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16년 50%대, 2017년과 2018년 30~40%대 수준으로 점차 떨어지다가 2019년 40~50%대로 다시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30~35%대로 낮아지더니 2021년 20%대 아래로 급락했다.



변동금리 선호는 코로나19 초저금리와 맞물리면서 더욱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질 뿐 아니라 저금리 상황이 오래 갈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기 때문에 변동금리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기에는 은행채 5년물 등 고정금리 지표금리가 오르는 속도가 코픽스 등 변동금리 지표금리 상승 속도보다 빨라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격차도 확대된다. 최근 주택금융공사 조사에 따르면 변동금리 선호가구 88%는 금리 격차가 0.5%포인트 이내로 줄면 고정금리를 선택한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변동금리 선택이 늘고 있는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은은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가 하반기부터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안심 전환 대출’을 시행하면서 고정금리 비중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지켜봐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으면 고정금리가 나은 선택”이라면서도 “변동금리 대출이 고정금리 대출보다 이자율이 낮다는 것 이외에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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