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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시민의 한국사’ 하일식 교수 "역사 해석 최대한 지양…'집단 작업'은 내 인생에서 이번이 끝"

■ ‘시민의 한국사’ 편찬위원장 하일식 교수 인터뷰

70명 10년 걸쳐 1100여쪽 펴내

사실 담으면서 설명·서술에 치중

연구자들마다 개성 강해 진땀도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사무실에서 자신이 편찬위원장을 맡은 신간 ‘시민의 한국사’를 들어보이고 있다./성형주 기자




“한국사 전체의 기본 사실을 담으면서 해석이나 이념은 최대한 지양하고 설명과 서술에 치중하자는 방침 아래 공동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신간 ‘시민의 한국사’(돌베개 펴냄) 편찬위원장을 맡은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역사 서술은 진공 상태에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서 그 누구도 해석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서도 “최대한 중립적·객관적 시각을 가지려 노력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시대나 사건에 대한 해석을 바로 제시하기보다는 사실 자체를 드러냄으로써 독자 스스로 해석하도록 내용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1100여 쪽에 이르는 ‘시민의 한국사’는 기획부터 출간까지 무려 10년이 걸린 역작이다. 국내 최대 역사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 소속의 대학 교수와 박사급 연구자 50여 명이 필진으로 참여했고 20여명의 교열위원들이 다듬었다. 2013년 이른바 ‘교학사 책 파동’과 2015년 ‘국정 교과서 파동’을 거치며 권력 입맛에 따른 역사 서술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한국사를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1권 ‘전근대편’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뤘고, 2권 ‘근현대편’은 개항기부터 현대까지 역사를 정리했다.

하 교수는 5000년 한국사 중 150년 정도에 불과한 근현대편이 절반을 차지하는 이유에 대해 “어제의 결과가 오늘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문제점이나 성취, 이런 것들의 원인이나 배경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반 시민들의 관심사도 근현대 쪽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책을 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집단 작업’을 꼽았다. 그는 “사건을 서술할 때 팩트 선택, 문체 등에서 연구자마다 개성이 있다”며 “책의 일관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열자들이 1차·2차 손을 보다 보니 필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이 자신의 저서를 저술하는 것보다 몇 배의 품이 든다”며 “집단작업은 내 인생에서 이번이 끝이고, 한국역사연구회에서도 다시 하기 힘들 것”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하 교수는 특정 정권이 정통성 확보를 위해 역사 해석에 개입하거나 일부 정치권이 재야학계의 고대사 해석에 기대어 주류 역사학계를 공격하는 행태에 대해 질문하자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그는 “정치권은 역사학계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지 말고, 아예 바라보지도 말라”고 했다. 특히 그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에 대해 “1970년대 유신 시대처럼 역사적 사실 선택조차도 정부 입맛대로 하면서 관제 역사 해석을 중고등학생에게 강요하겠다는 것”이라며 “역사는 연구하고 소화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중고등 역사교과서 서술을 현행 교육부 ‘검정’ 방식이 아니라 ‘자율’에 맡기자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기존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역사 해석에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고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수능 체제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이번 책에 수많은 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인 만큼 “책장에 꽂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관련이나 사건의 전후맥락을 찾아보는 유용한 실용 역사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책은 글을 중심으로 삼되 읽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시각자료를 배치해 독자들이 우리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전2권, 각 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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