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고(高)물가 여파로 경제고통지수가 2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연말연시에나 높은 판매율을 보일 법한 가계부가 요즘 때 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급등으로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점심값 급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자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줄이려는 ‘알뜰 소비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3일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 달(5월 22일~6월 21일)간 전년 동기 대비 가계부가 26% 더 팔렸다. G9에서도 같은 기간 가계부 판매량이 70% 증가했다. G9 관계자는 “가격에 민감한 주부나 직장인은 물론 20~30대에 이르기까지 ‘알뜰 소비족’을 넘어 ‘무(無)지출족’이 많아지고 있다”며 “현명한 소비 습관으로 고물가를 대비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출을 줄이고 각자의 절약 습관을 소개하는 ‘무지출 챌린지’나 ‘냉장고 파먹기’ 등이 화제를 모으며 하나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절약 브이로그(vlog)’, ‘일주일 무지출 챌린지’ 등의 콘텐츠들이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유통업계에서는 평범한 가계부가 아니라 개인의 목표 설정이나 취향에 따라 편리하게 가계부를 작성하거나 자신의 소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색 제품들이 속속 출시·판매하고 있다. 일례로 ‘생활비 달력’은 매일 사용할 돈을 정한 후 생활비 달력에 넣어 놓고 한 달치 예산을 계획하도록 돕는 제품이다. 달력의 주머니에 하루에 사용할 금액을 넣어두고 소비를 시작하면 쓸데없는 지출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일 현금을 빼가는 재미도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영수증을 모아둘 수 있는 홀더나 통장 등도 눈길을 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급받은 영수증을 온라인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인증하면 적립금을 주는 각종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알뜰족의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는 알뜰족을 위한 저금통이나 미니 금고, 냉장고 안 식재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냉장고 보드’ 등까지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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