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현대중공업 등 우주기업들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발사 성공에 이어 미래 우주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단순한 위성 발사 성공에서 나아가 위성 경량화, 군집위성·유지보수위성 등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한화시스템(272210)은 획기적으로 위성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위성용 송수신 장치 및 위성’에 관한 특허를 이달 10일 등록 완료했다.
최근 세계 우주산업 기업들은 다수의 소형 위성을 이용해 신속한 징후 감시나 조기 경보 능력을 확보하고 위성의 경량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소형 위성은 저비용으로 단기간 개발이 가능하고 중대형 위성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특화된 우주탐사, 기술 시험 등 특정 임무를 수행한다.
한화시스템은 이번에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위성용 송수신 장치의 회로를 최대한 집적시켜 위성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고장난 위성을 유지 보수하는 ‘처리위성’에 대한 기술이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대규모로 운용 중인 군집위성 운용 고도화 기술 특허를 올해 잇따라 등록하며 해당 기술 상용화가 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이처럼 누리호 발사 성공에서 나아가 미래 우주산업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물밑에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조직을 통합해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해 우주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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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통해 발사 성공을 이끈 KAI도 10년 후 뉴스페이스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 기업들과 함께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2014년부터 한국형 발사체 체계 총조립 기업으로 선정되며 발사체 총체계 제작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하다.
KAI는 지난해 뉴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미래 우주 시장에 필요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독자적인 밸류체인을 완성해 ‘토털 우주 솔루션 기업’이 된다는 전략이다.
KAI는 우선 스타트업, 우주 분야 전문 기관 등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외부 기술을 적극 내재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KAI는 항공 영상 분석 스타트업 메이사의 지분 20%를 인수하며 사업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이사는 2D로 촬영된 영상을 3D로 전환하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KAI는 이 기술을 위성에 적용해 해상 물동량과 산림 자원, 곡물 작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협약을 맺고 소형 위성 분야의 R&D 및 사업화를 시작했다. 양 기관은 올해 4분기께 ‘KAI·KAIST 항공우주기술연구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위성 시스템 소프트웨어, 비행체 기술 개발 등 공동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
외국산에 의존했던 한국형 발사대도 현대중공업이 맡아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누리호 2차 발사에서도 현대중공업은 국내 처음으로 한국형 발사대를 제작해 공정 기술을 100%로 끌어올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게 기술력 향상에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첫 75톤 엔진 조립 완성까지 6개월이 걸렸지만 마지막 엔진은 3개월로 기간이 단축된 만큼 노하우가 쌓이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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