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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추락하고 환율 치솟고.. 한국경제, 2008년으로 돌아가나[양철민의 경알못]

코스피 연저점.. 원달러 환율은 13년만에 1300원대

2008년 10월처럼 환율·코스피 간 ‘데드크로스’ 일어날 수도

IMF 당시 생명줄이었던 수출도 역대 최대 적자 전망

이전 정부 선심성 돈풀기에.. 정책 대응카드 바닥

코스피와 코스닥이 이틀 연속 연저점으로 추락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지난 23일 2009년 7월 이후 13년여만에 종가기준 1300원을 돌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달에도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 달러대비 원화가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 하다. 원달러 환율이 지붕을 뚫고 하늘까지 올라갈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코스피는 전 거래일대비 28.49포인트(1.22%) 내린 2314에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기업 실적 둔화 등으로 주가 하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달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5조7000억원이 넘는다.

환율·코스피 수치.. ‘데드크로스’ 일어나나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 됐던 2008년 10월부터 반년넘게 볼 수 있었던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지수 간 수치상 ‘크로스’가 나타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한다.

현재 환율과 코스피의 수치상 격차가 1000 이상(환율=1301, 코스피지수=2314)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비관론이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전혀 허황된 우려는 아니다. 불과 2년여 전인 2020년 3월 코스피 지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감으로 1439까지 떨어진 바 있다. 지수가 3000을 넘나들던 최근 2년여 사이가 오히려 한국증시 역사의 ‘아웃라이어’에 가깝다. 2008년 10월 코스피 지수는 더욱 심각해 892에 불과했다.

원화 가치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중이던 2008년 10월 원달러 환율은 1291.0원이었으며 2009년 3월에는 1596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반면 2008년 3월의 평균환율은 990.3원에 불과했다. 2009년 당시 코스피 지수는 1000 수준에서 횡보했다. 현재 글로벌 경제위기는 팬데믹 후유증 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인 만큼, 2008년부터 반년간 이어진 환율과 코스피 수치 간의 ‘크로스’ 가 단순 ‘기우(杞憂)’는 아닌 셈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25년전 롤러코스터 수준의 원화 가치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실제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원달러 환율은 1995원으로, 한달 전 환율(896원) 대비 2배 이상 껑충 뛴 바 있다. 물론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631억 달러로, IMF 외환위기(39억달러) 당시 대비 100배 이상 많긴 하다. 다만 지금과 경제구조가 큰 차이가 없던 2008·2009년의 환율 급등 사태는 2022년에도 재연될 수 있다.

국가채무·무역적자·차이나리스크에.. 경기하강 지속




23일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23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원화와 코스피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은 여럿이다. 첫번째 리스크는 국가채무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2017년 660조2000억원 수준이던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올해에는 1064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같은기간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 또한 36.0%에서 50.0%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부담은 주요 선진국 대비 여전히 여유가 있지만, 국민연금 지급액 등 보이지 않는 부채까지 감안하면 관련 리스크는 향후 한국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0.81명을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0.61명으로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인구추이가 계속될 경우 경제활동인구 한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결국 이 같은 국가채무 리스크를 감안할 경우 ‘주요국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낮다’는 이전 정부의 호언(豪言)은, 한국의 경제의 몇년 뒤를 내다보지 못한 단견(短見)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두번째 리스크는 수출이다. 무역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무역 적자 규모는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들어 이달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54억6900만 달러로 1996년 하반기 기록한 125억5000만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무역수지는 매월 하순으로 갈수록 개선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지금과 같이 원유·석탄 가격이 급등하고 원화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기록 경신이 확실시 된다.

무역수지가 적자전환하면 원화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해외 물건 수입을 위한 원화의 외화 환전 수요가,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의 원화 환전 수요 대비 높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에서 외국돈(달러) 수요가 원화 대비 높으면, 외국돈의 상대 가치는 자연스레 상승한다.

무엇보다 고환율이 무역수지 흑자로 이어진 IMF 외환위기 당시와 달리, 최근의 고환율은 무역수지 적자폭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석유나 천연가스 등 한국이 100%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 가격이 1년새 2배이상 급등한 탓이다. 무역수지 적자 추이가 계속될 수 있는 셈이다.

세번째 리스크는 중국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통해 사실상 ‘중국 봉쇄’ 정책을 추진 중이다. 외교안보적 이유 외에도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질서를 감안하면 한국 또한 이 같은 미국의 대(對) 중국 포위망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국이 이 같은 IPEF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2의 사드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20~25%에 달하는 반면, 중국 무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기간 6~7%에 불과하다. 중국이 ‘살을 내주고 뼈를 치는’ 방식으로 한국경제에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식음료, 게임,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이 자칫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또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모습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공기업 일자리를 가파르게 늘리고 재정지출을 빠르게 확대하는 등 경기진작 카드를 대부분 소진한 바람에, 현 정부에서 쓸 수 있는 대응카드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며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는 공급측면에서 촉발된 데다 주요국들은 글로벌 자유무역 기조를 형해화 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라, 한국과 같은 수출중심 국가의 타격이 보다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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