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 분리막 2위 업체 더블유씨피(WCP)가 코스닥 상장 절차를 본격화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더블유씨피가 3조 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미 더블유씨피는 지난해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서 기업가치를 2조 3000억 원으로 책정해 2년 사이 몸값이 10배가량 뛴 바 있다.
25일 IB 업계에 따르면 더블유씨피는 지난 23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증권신고서를 내고 본격적인 기업공개(IPO)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블유씨피는 2005년 일본 더블유스코프(W-Scope)의 100% 자회사로 설립된 분리막 제조업체다. 2차전지 분리막 시장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5.8% 늘어난 1855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14.5%나 증가한 405억 원으로 집계됐다.
IB 업계에선 더블유씨피가 국내 2차전지용 분리막 제조업체 중 두 번째로 높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1위 분리막 생산업체는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다.
더블유씨피가 가장 최근에 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약 2조 3000억 원. 사모펀드 운용사인 노앤파트너스가 지난해 더블유씨피의 전환사채(CB) 지분 10%를 DS자산운용·삼성증권 등 9개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하면서 평가한 가치다. 노앤파트너스는 2019년 1490억 원 어치의 CB를 사들이며 더블유씨피의 몸값을 2500억 원으로 평가했다. 노앤파트너스 입장에선 2년 사이에 약 10배의 투자 차익을 남겼던 셈이다.
더블유씨피가 상장 예심을 신청했던 지난 2월에는 기대 몸값으로 4조~5조 원 수준이 거론됐다. 다만 증시 악화 영향으로 주요 경쟁 기업인 SKIET의 주가가 연초 대비 37.5% 내린 상황이라, 당시 기대됐던 기업 가치보단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를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더블유씨피가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고려해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더블유씨피는 최근 헝가리에 7억 유로(약 9500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총생산능력을 23억㎡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SKIET의 경우 2025년 총생산능력 목표치가 40억㎡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더블유씨피의 2020년 기준 총생산능력은 SKIET의 30%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그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더블유씨피가 공격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고객처인 삼성SDI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이나 CATL 등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할 수 있을지도 변수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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