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여기 서 봐. 사진 한 장 찍자.”
아이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를 가득 메웠다. 토끼·사자 모양의 머리띠를 한 학생들은 인솔 교사를 따라 10여 명씩 몰려다니며 연신 재잘거렸다. 신이 난 학생들은 까치걸음으로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롯데월드를 처음 방문했다는 인천 갑룡초등학교 5학년 김 모(11) 군은 “후룸라이드 탈 때가 가장 즐거웠다”며 “오전부터 놀았는데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현장체험학습을 온 서울 서교초등학교 박 모(11) 군은 “학교에서 다 같이 나와서 노는 게 처음”이라며 “친구들과 함께 돌아다니니 너무 신난다”고 말했다. 인솔 교사들도 대열에서 벗어나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느라 진땀을 빼면서도 “힘들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괜찮다”며 웃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동안 멈췄던 수학여행·현장체험학습 등 학교 내 단체 활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확진자가 줄고 일상 회복이 이뤄지면서 학교 밖에서 행해지는 숙박형 수학여행이 2년 만에 가능해진 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1만 2024개교 중 약 44%인 5331개 학교가 수학여행을 갈 예정이다. 각 학교에서 여행 일정을 잡으면서 63빌딩·서울남산타워·롯데월드와 같은 서울 명소들의 예약도 크게 늘었다. 롯데월드 측은 “4월 만해도 전체 방문자 중 단체 관람객의 점유율이 5%에 불과했으나 5월부터는 25% 수준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서울 경복궁 인근도 수학여행을 온 아이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다.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이 수문장교대의식 등 전통문화 행사를 구경하며 서로 감상을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전라남도 무안군 북중학교 2학년 김나연(15) 양은 “수학여행은 태어나서 처음 와본다”며 “이렇게 서울에 있는 명소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숙소에 얼른 들어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의 천지연(15) 양도 “서울에 정말 오고 싶었는데 친구들과 경복궁과 남산타워 등을 함께 다녀 보니 행복하다”며 “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도넛과 호두과자를 사서 나눠 먹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야외 활동을 자제했던 복지 단체와 청소년 단체들도 야외 활동을 속속 재개하는 모습이다. 최근 서울 강북구 소재의 한 장애인 복지 단체에서 아이들과 함께 롯데월드를 찾았다는 조 모(63) 씨는 “복지관에서 단체 활동을 하는 건 몇 년 만”이라며 “아이들도 즐거워하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김 모(9) 양은 “청소년 적십자에 참여하고 있는데 다음 달에 경주로 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일상을 되찾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철저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학여행 등 야외활동이 자칫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서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이 모(42) 씨는 “아내와 함께 코로나에 걸렸지만 아이는 걸린 적이 없어 아직은 불안한 마음이 있다”면서도 “확진자가 줄었다고 방심하지 말고 방역에 만전을 기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단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중고교와 달리 유치원 등 일부 교육기관들은 여전히 야외 활동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유치원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은 상황인 만큼 바깥 나들이 활동은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위해 미끄럼틀 등 각종 놀이 시설을 하루 정도 빌려오는 방식으로 야외 활동을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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