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 분리막 2위 업체인 더블유씨피(WCP)가 코스닥 상장 절차를 본격화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더블유씨피가 3조~4조 원대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더블유씨피는 지난해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서 기업가치를 2조 3000억 원으로 책정해 2년 사이 몸값이 10배가량 뛴 바 있다.
26일 IB 업계에 따르면 더블유씨피는 지난 23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증권신고서를 내고 본격적인 기업공개(IPO)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로 KB증권은 지난해 WCP 지분 일부를 사들이기도 했다.
더블유씨피는 일본 더블유스코프(W-Scope)의 100% 자회사로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제조업체다. 2차전지 분리막 시장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5.8% 늘어난 1855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14.5%나 증가한 405억 원으로 집계됐다.
더블유스코프는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으며 삼성전자(005930) 출신인 최원근 대표가 2005년에 설립한 리튬, 이온 등 이차전지 분리막 소재 제조기업이다. 업계에선 더블유씨피가 국내 2차전지용 분리막 제조업체 중 두 번째로 많은 생산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1위 분리막 생산업체는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다.
더블유씨피가 가장 최근에 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약 2조 3000억 원. 사모펀드 운용사인 노앤파트너스가 지난해 더블유씨피의 전환사채(CB) 지분 10%를 DS자산운용·삼성증권 등 9개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하면서 평가한 가치다.
노앤파트너스는 2019년 1490억 원 어치의 CB를 사들이며 더블유씨피의 몸값을 2500억 원으로 평가했다. 노앤파트너스 입장에선 2년 사이에 약 10배의 투자 차익을 남겼던 셈이다.
더블유씨피가 상장 예심을 신청했던 지난 2월에는 기대 몸값으로 4조~5조 원 수준이 거론됐다. 다만 증시 악화 영향으로 주요 경쟁 기업인 SKIET의 주가가 연초 대비 37.5% 내린 상황이어서 당시 기대됐던 기업 가치보단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를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더블유씨피가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미래 기업가치에 적잖은 시사점을 담고 있다. 더블유씨피는 최근 헝가리에 7억 유로(약 9500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총생산능력을 23억㎡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IET의 경우 2025년 총생산능력 목표치가 40억㎡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더블유씨피의 2020년 기준 총생산능력은 SKIET의 30%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그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더블유씨피가 공격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기업가치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고객처인 삼성SDI(006400) 뿐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이나 CATL 등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할 수 있을지도 변수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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