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서민 대출인 카드론 금리가 상향 조정되거나 무이자 할부가 축소되는 등 소비자의 혜택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가 발행하는 신용등급 AA+ 여신전문금융회사채 3년물 금리는 전날 4.459%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AA+ 여전채 3년물 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10년 만에 여전채 3년물 금리가 4%를 돌파하는 등 올 들어서만 2%포인트 넘게 뛰었다.
카드·캐피털사의 경우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필요한 자금의 대부분을 시장에서 조달한다. 이 가운데 여전채의 조달 비중이 높아 여전채 금리가 상승하면 그만큼 카드·캐피털사들의 조달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A 카드사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올 하반기에만 자금 조달 비용으로 500억 원 정도가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무이자 할부 혜택을 축소할 수 있고 고객 혜택이 많은 소위 ‘혜자카드’를 단종시킬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카드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무이자 할부 비용 부담이 커지면 고객을 위한 프로모션이 줄 수밖에 없고 소비 위축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규모 캐피털사들의 경우 생존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 상승은 카드론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급전이 필요한 취약 계층의 대출도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중금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드론 금리가 일시적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금리 인상 속도라면 카드론 금리는 급격히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카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 가운데 최고금리도 20%로 낮춰놓았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차주를 선별해 대출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급전이 필요하지만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금융 소외 계층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은 경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다음 달 15일 하반기 전략회의를 열고 하반기에는 외적인 성장보다는 가치 성장 기반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강화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음 달 초 하반기에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는 KB국민카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고물가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자산 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삼성카드는 최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하반기 경제 상황은 급격한 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 복합 위기가 현실화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만연해진 만큼 하반기에는 카드사들이 내실 다지기를 통한 생존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위기의 한복판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여전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첫 상견례가 다음 달 5일 예정돼 있다. 카드사 7곳과 캐피털사 4곳의 CEO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채권 조달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취약 계층의 연착륙 지원을 위한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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