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제조업 재고가 올 1분기 들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완화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비해 기업들이 쌓아온 재고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둔화에 직면하면서 ‘과잉 재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이미 일부 기업들이 재고 조정을 위한 생산 감축에 돌입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시장 조사 업체 퀵과 팩트셋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2349개 상장 제조업체의 올 3월 말 현재 재고가 전 분기 대비 970억 달러 증가한 1조 8696억 달러(약 2415조 원)로 집계됐다. 증가 폭과 총액 모두 10년 만에 최대치다. 신문은 공급난에 대응해 기업들이 쌓아둔 원재료나 출하하지 못한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재고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팬데믹 완화로 급증했던 제품 수요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신문은 ‘재고 과잉’으로 기업들의 생산 활동이 정체될 경우 경기 침체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월가에서도 과도한 재고 수준을 경기 침체의 징후로 보고 있다. 캐시 우드 아크투자관리 대표는 28일(현지 시간) “45년 경력에서 요즘처럼 재고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재고 리스크가 본격적인 제품 감산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시장 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인체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TV 재고 회전율은 평균 94일로 지난해보다 2주 더 늘었다. 삼성전자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은 최근 근로자 조업 일수를 주 5일에서 주 3일로 감축했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재고가 직전 분기보다 44억 달러 증가한 392억 달러에 달해 조사 대상 기업 중 전 분기 대비 증가액이 가장 컸다.
철강 업계도 하반기 경기가 꺾이면서 재고가 늘 것으로 전망해 생산량 조절 준비에 돌입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글로벌 재고는 낮은 수준이지만 완성차 수요가 줄어드는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신차 재고 소진 시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기사 [아마존 재고 46%·타깃 43% 급증…캐시우드 "美 이미 경기침체 빠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