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의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와 화물연대의 파업 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다. 이 와중에 노동조합은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일부 부품의 수급 차질까지 발생하며 완성차 업계의 하반기 경영 환경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1일 각 사 발표를 종합하면 완성차 5사는 올해 상반기 총 354만 2431대를 국내외에 판매했다. 지난해 상반기(372만 6315대)보다 4.9% 감소한 수치다. 특히 내수는 전년 대비 11.2% 줄어들며 두 자릿수 넘는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6월 203만 대 넘는 차를 팔았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7.6% 줄어든 187만 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기아와 한국GM 역시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각각 1.8%, 20.7%씩 줄었다.
르노코리아와 쌍용자동차는 XM3와 올 뉴 렉스턴 등 신차의 수출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르노코리아는 36.2%, 쌍용차는 18.3% 늘었다. 하지만 판매량 자체가 현대차·기아·한국GM에 미치지 못하며 완성차 5사 합산 실적의 반등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반도체 수급 불안이 상반기 내내 지속하며 완성차 업계의 판매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말 시작된 반도체 수급 불안은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항만 병목현상 등이 겹치며 심화했다. 지난달 1주일 넘게 벌어진 화물연대의 총파업도 생산 차질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하반기에도 완성차 업계의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성으로 채워진 노조 집행부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임금 인상 외에도 정년 연장, 신규 공장 설립 등을 요구하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쳤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까지 신청하며 파업권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아 노조는 현대차 노조와 공동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GM 노조는 전기차 신차를 포함한 추가 물량 확보 계획을 요구했고 르노코리아 노조는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조합원이 입은 손실을 회사가 보전해야 한다며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공급망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연료탱크를 공급하는 한 협력사의 납품에 차질이 발생하며 카니발·쏘렌토 등 기아 일부 차종의 생산에 간헐적인 차질도 벌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유연한 배분을 통해 공급 지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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