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용 동박 제조기업 일진머티리얼즈(020150)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롯데케미칼(011170)과 베인캐피탈을 포함해 해외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했다.
3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실시한 예비입찰에 롯데케미칼과 사모펀드(PEF)베인캐피탈, 해외 대형 화학사 등 7~8곳이 응찰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롯데케미칼이 유일하게 참전했다. 그 밖에 일진머티리얼즈와 거래 관계가 있는 해외 소재 기업과 국내 투자 경험이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 등이 이름을 올렸다.
LG화학은 입찰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재무적투자자인 칼라일그룹·TPG와 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IMM프라이빗에쿼티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외에 삼성SDI(006400)·솔베이·듀퐁·힐디아 등 전략적 투자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일부 전략적 투자자는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꾸리거나 펀드 출자를 통해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데 이 경우 예비 입찰자 명단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소재 기업의 적극성이 가장 큰 변수라고 보고 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허재명 이사회 의장의 지분 53.3%로 예상 매각가는 3조 원에 달한다. 매각주관사는 이르면 6일 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를 5곳 안팎으로 선정한 뒤 실사를 거쳐 8월 말 본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30년까지 총 4조원을 2차전지 소재 사업에 투자해 연간 매출액 5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신동빈 회장은 직접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소재 계열사가 2차전지 양극박 생산시설이 몰려있는 헝가티 터터바녀 산업단지를 찾아 1100억 원을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차 전지 주요소재는 분리막과 양극박(알루미늄박), 음극박(동박) 중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동박 경쟁력을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다만 롯데는 이미 롯데정밀화학(004000)을 통해 동박제조기업인 솔루스첨단소재(336370)에 3000억 원을 투입했고 앞으로 추가 투자가 필요한 만큼 한정된 재원으로 3조원에 달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올인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시선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용 동박은 고객사와 초기붜 개발에 참여하면서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인데 이제 생산을 시작한 솔루스첨단소재만으로는 그룹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이미 투자가 시작된 이상 새롭게 다른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인캐피탈은 그간 국내의 알짜 기업에 투자한 뒤 해외 시장을 개척해 큰 폭의 투자 회수에 성공한 바 있다. 휴젤(145020)·카버코리아인수 후 매각 과정에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의료기기인 클래시스(214150) 역시 같은 전략으로 인수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은 미국 현지의 석유화학 대기업에 투자한 경험이 많아 해외 사업이 국내를 넘어선 일진머티리얼즈 성장 노하우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 기준이 되는 에비타 멀티플(인수 가격을 상각전 영업이익으로 나눈 배수로 투자 회수 기간을 결정)이 흔들리는 만큼 투자 심리가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진머티리얼즈가 좋은 기업인 것은 틀림 없지만 금리 인상과 주가 하락 등 시장 변수가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라면서 “매도자 측도 급할 게 없는 만큼 매각 협상은 팽팽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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