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우리의 시야를 넓혀줍니다. 독서는 새로운 세계·문화·언어로 이끕니다. 독서는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시각을 이해할 수 있게 돕습니다. 독서는 우리의 정신뿐만 아니라 영혼을 풍성하게 해줍니다.”
지난해 3월2일 ‘2021년 전미 독서의 날’을 앞두고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선언문의 일부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 뒤 대국민 메시지에서 “읽기 능력이 부족하면 우리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며 “읽기 능력은 우리를 혁신가와 기업인의 국가, 즉 역동적인 21세기 경제에서 성장 국가로 만들 것”라고 밝혔다. 독서를 개인의 삶은 물론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독서는 시민의식과 민주주의 정착, 삶의 질 향상, 혁신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독서율이 1% 증가하면 총요소생산성이 0.046%포인트 늘면서 국내총생산(GDP)이 0.2%포인트 증가한다. 2021년 GDP(2071조원) 기준으로 4조원 이상 불어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세계 주요국은 국민의 독서력 증진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 중이다. 미국은 1998년 ‘읽기 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공동 도서관 지원이나 학생들의 읽기 능력 향상을 지원 중이다. 또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경쟁적으로 독서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정부 주도의 독서 지원책이 가장 강력한 나라는 중국이다. 시진핑 정부 들어 2017년에는 모든 국민의 독서 권리를 보장하는 ‘전국민 독서 촉진 조례’를 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책향(冊香) 중국’을 건설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공공도서관 등 공공 문화 시설을 무료 개방하고 상하이·항저우·선전 등을 모범 독서도시로 선정했다. 또 학교는 물론 가정, 지역사회, 농촌, 기업, 기관에서 독서를 장려하는 제도를 만드는 중이다. 독일 통계조사 기관인 ‘스타티스타’가 2017년 주요 17개국 15세 이상 2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주일에 한번 이상 책을 읽는 중국인은 71%로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37%로 꼴찌였다.
영국의 특징은 정부의 재정 지원은 적지만 민간의 독서 생태계가 촘촘하게 짜여 있다는 점이다. ‘오프닝 더 북’, ‘전국 리터러시 트러스트’ 등 민간 단체들이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모토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출판사, 서점, 유통사, 작가, 교사, 언론, 민간기업 등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정부가 예산만 지원하며 ‘독서재단’ 등 비영리단체가 독서 활동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유아가 있는 가정에 그림책 5권과 부모용 안내서 1권을 보내주는 ‘북스타트 1-2-3’이 있다. 부모가 책을 읽어줌으로써 책 읽기 습관을 들이고 자녀와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밖에 프랑스, 일본 등도 국민의 독서 생활화를 위한 여러 제도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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