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물가가 6.0% 치솟았다. 1998년 11월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만에 최고치다.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요인에 의한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속도로 물가가 오르면 7~8%대 물가상승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포인트(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6.0% 올랐다. 6%대 물가상승률은 1998년 11월(6.8%)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고 농축산물 가격도 오름세가 확대됐다”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변동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도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4% 올랐다. 지난달(4.1%)에 이어 두 달 연속 4%대다. 이 지표가 두 달 연속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 3~4월 이후 처음이다.
체감물가는 더욱 예사롭지 않다. 치킨과 칼국수, 전기요금 등 구입 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4% 올랐다. 1998년 11월(10.4%)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특히 식품 체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7%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감자 가격은 37.8% 올랐으며 배추 가격은 35.5% 뛰었다. 수입 소고기와 닭고기 가격은 각각 27.2%와 20.1% 올랐고, 돼지고기 가격은 18.6% 상승했다. 장마가 본격화하며 농축수산물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른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 것으로 보여 가격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상승 등 공급측 요인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공급측 요인으로 분류되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이달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35.7%로 지난달(34.6%)보다 확대됐다. 수요측 요인으로 분류되는 개인서비스도 이달 물가에 29.4% 영향을 미쳤지만, 이 역시 근본적으로 대외 요인에 따른 생산비 상승 때문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공급발(發) 물가 상승의 문제는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이다. 국제유가와 곡물가를 통제할 수단이 없어 할당관세 등 수입 물가 오름세에 따른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정책 카드만 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7~8%대 물가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통계청은 “올 들어 전월 대비 0.6~0.7%대 상승폭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지금처럼 높은 상승 속도를 유지하면 7~8%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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