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탈원전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원전 업계도 기사회생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방향 제시가 아니라 선발주 등을 통한 빠른 집행”이라며 “에너지 위기로 세계 각국이 원전 수주에 나선 만큼 막대한 피해를 본 원전 업계를 빠르게 복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에 따르면 2030년 원전 비중은 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23.9%에서 30% 이상으로 확대된다. 현재 원자력발전은 24기의 원전으로 전체 발전량의 27.4%를 차지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30년에는 18기의 원전이 23.9%의 발전을 담당하는 등 역할이 크게 축소됐다.
그런 만큼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조기에 재개하기로 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을 정상 가동하는 한편 가동 중인 원전의 계속운전을 통해 2030년 28기의 원전을 가동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원전 생태계 회복을 위한 조기 일감 발주 같은 조치도 눈에 띈다.
그간 원전 관련 투자 감소로 원전 업계의 매출은 2016년 5조 5000억 원에서 2020년 4조 1000억 원으로 20% 이상 급감했다. 인력 역시 같은 기간 2만 2000명에서 1만 9000명으로 감소했다.
산업부는 올해 925억 원 규모의 원전 일감을 긴급 발주하는 ‘원전 산업 협력 업체 지원 대책’을 지난달 발표한 데 이어 신한울 3·4호기 설계 분야 일감 120억 원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확정으로 고사 위기에 몰린 원전 업계를 살리기 위한 일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말 발표할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반영하고 건설 중인 원전을 예정된 공기에 맞춰 준공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아울러 계속운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 가동 허가 기간 만료 후 가동 중단도 최소화한다.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신설해 정부가 역점을 기울이는 체코·폴란드 대상 원전 세일즈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수출한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원전 업계도 정부 정책에 따라 신한울 3·4호기 관련 부품을 만들다가 중단한 만큼 재개를 결정한 이상 최대한 빠른 발주와 집행이 중요하다”며 “긴급 처방을 내려야 원전 부품 업계가 살아나고 추후 원전 수출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원전·재생에너지·수소를 조화롭게 활용해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지난해 81.8%에서 2030년 60%대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화석연료의 수입량도 지난해 대비 4000만 TOE(석유환산톤) 줄인다. 아울러 에너지 신산업 창출과 수출산업화로 2020년 2500개 수준인 에너지 혁신 벤처기업을 2030년 5000개로 늘려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에너지 가격의 급등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노후 원전 설비 역시 국민들의 피와 땀·돈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정부가 원전 수명 연장을 통해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문재인 정부가 억누르던 전기요금을 원가주의 원칙과 총괄 원가 보상 원칙을 적용해 책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에너지 공급에서 수요 효율화 중심으로 정책 전환도 추진하기로 했다. 자원안보특별법을 하반기에 제정해 국가 자원안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정부 비축유 확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시설 용량 확충을 통해 에너지 공급망도 강화한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급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단기 대책도 정부가 발표해야 했다”며 “당장 올여름 전력 수급이 위태로운 만큼 전기 절약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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