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준(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6일 “전력 수요가 몰리는 다음 달 둘째 주 전력예비율이 5%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경우 2011년에 겪었던 ‘순환 단전’ 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까지 이어지자 대규모 정전 사태인 ‘블랙아웃’ 가능성을 경고한 발언이다.
박 차관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문 닫은 석탄발전소 1~2기라도 다시 가동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위해 퇴출 위기에 처한 석탄발전의 재가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날 서울경제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제15회 에너지전략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박 차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가 직면한 에너지 위기에서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며 “1970년대 오일쇼크에 못지않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의 전력예비율이 2~3%대까지 떨어진 것과 달리 우리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24기의 원전 덕분”이라며 기저 전원으로서의 원전 역할론을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재가동이 늦어져 올해 전력난이 심각하다. 우리나라도 이달 최악의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전력예비율은 2일 18%에서 이날 8.4%까지 떨어졌다. 이미 안정치 기준인 10%를 밑도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5%까지 전력예비율이 곤두박질칠 수 있음을 정책 당국자가 밝힌 것이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원전의 역할론도 다시 강조됐다.
이날 주제강연을 맡은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날씨에 따라 공급이 들쭉날쭉한 데다 비용이 많이 드는 재생에너지를 보완해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는 안정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원전”이라며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 관계로 최상의 조합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유럽의회에서 역내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법안이 통과돼 세계 원전 투자 활성화에 물꼬가 트였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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