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맡아 ‘소득 주도 성장’을 설계했던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현 정부에 공개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홍 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여당이 문재인 정권의 알박기 인사로 지목한 또 다른 공공기관장들의 줄사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홍 원장은 6일 배포한 ‘총리님 말씀에 대한 입장문’에서 “만약 총리께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고 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보고서가 달라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제가 떠나더라도 KDI 연구진은 국민을 바라보고 소신에 따라 흔들림 없이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총리가 지난달 28일 기자 간담회에서 “‘소득 주도 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인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퇴를 압박하자 이날 홍 원장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홍 원장은 최근 휴직 중인 부경대에 2학기 전공 선택 과목 개설을 신청하면서 자진 사퇴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홍 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또 다른 공공기관장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인 친노·친문 학자로 꼽히는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과 청와대 일자리수석 출신의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국정기획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등이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 이를 두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는 기관장급 13명과 비상임이사 및 감사 등 총 59명에 이른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정권 교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를 하고 있다”고 공개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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