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계 선두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신문은 삼성전자가 최근 TSMC보다 먼저 3나노(㎚, 10억분의 1m) 공정 초도 양산을 시작했지만 고객명을 공개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파운드리의 고객이 누구냐는 반도체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신문은 "공급업체들에 따르면 삼성이 우선 중국의 암호화폐 채굴업자에게 연산처리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했다"며 "암호화폐 가격이 최근 폭락한 점을 고려하면 (이 업자가) 삼성의 장기적인 고객이 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3나노 생산 장소가 평택 캠퍼스가 아닌 화성 캠퍼스라는 점도 지적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인 평택 캠퍼스에서 3나노를 생산하지 않는 것을 두고 "극히 소규모의 양산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면서다.
반면 신문은 TSMC가 연내 목표로 추진 중인 3나노 양산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TSMC가 올해 예정한 설비 투자가 전년대비 46% 증가한 440억 달러로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이 중 70~80%가 첨단 제품에 투입된다는 것이 대표 근거다. 3나노 양산을 위해 마련한 거점도 대만 북부 신주시와 동남부 타이난시 등 두 곳이라는 점도 공정 가속화 가능성에 힘을 더한다.
앞서 삼성은 2020년 하반기에 양산을 시작한 5나노 반도체의 수율(양품률)이 오르지 않으면서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53.6%로 2위인 삼성(16.3%)과 차이가 크다. 이재용 부회장이 1위 탈환을 선언했던 2019년과 비교하면 점유율 차이가 8% 포인트 커졌다. 신문은 "삼성이 TSMC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첨단 반도체 공급 분야에서 전세계가 TSMC에 의존하는 현상이 한층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