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진행된 백화점 여름 정기 세일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해외여행 재개에 따른 쇼핑처 분산 및 수요 감소로 ‘피크 아웃(성장 둔화)’ 우려가 나왔지만, 마진율 높은 패션을 중심으로 야외·스포츠 상품군 매출이 뛴 덕에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10일 롯데·신세계(004170)·현대백화점(069960)에 따르면 3사의 올여름 정기 세일 매출은 지난 달 24일부터 지난 9일까지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뛴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은 25%, 신세계백화점은 23%, 현대백화점은 17%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수영복(160%)과 카메라(140%), 캐리어(50%), 선글라스(40%) 등 여름 휴가 용품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휴가를 겨냥한 소비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 외에도 야외 활동 수요 증가 영향으로 골프·스포츠 품목 매출이 각각 30%, 20% 뛰었다. 여기에 장마와 무더위로 쾌적한 백화점 실내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며 식음료(F&B) 매출도 45%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에서도 야외 마스크 해제와 맞물려 나들이에 필요한 스포츠·아웃도어 장르가 호조를 보였다. 골프웨어(45%)와 아웃도어(38%) 매출이 크게 늘었고, 여성패션(22%)과 남성패션(20%)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명품 매출 역시 20%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여행과 무더위 관련 용품이 많이 팔렸다. 여행용 가방과 수영복 매출이 각각 185%, 187%나 뛰었고, 선글라스(108%)와 우·양산(103%)이 강세를 보였다. 아웃도어(61%)와 골프용품(41%)을 찾는 고객도 많았다. 백화점 관계자는 “나들이 증가와 재택근무 종료, 여름휴가 시즌 도래 등의 요인이 겹치며 소비 심리가 크게 살아났다”며 “이에 주요 장르가 고르게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름 세일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정기 세일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엔데믹과 국제노선 운항 재개로 국내 백화점에 한정됐던 쇼핑처가 면세점, 해외 등으로 분산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간 중 성장한 백화점 수익이 둔화되는 ‘피크아웃’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정기 세일 결과 백화점 쇼핑 수요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분석 됐다.
거리두기 해제 및 외출·여행 증가의 ‘순풍’ 덕에 백화점들은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월부터 마진 높은 의류 카테고리의 매출 성장률이 명품을 넘어섰다는 점은 실적에 긍정적인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2분기 기존점 신장률이 19%에 달하고, 롯데와 현대도 각각 13% 성장해 백화점 3사 모두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금 같은 고성장세는 하반기에 다소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여행 변수가 아니더라도 실적 기저를 고려할 때 백화점 산업의 성장률 자체는 2분기를 정점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역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하반기에도 10% 수준의 산업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견조한 수요 속에 하반기에는 주요 백화점의 점포 리뉴얼 효과 등이 반영되며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023530)의 경우 백화점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타 부문 부진과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1분기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지만, 2분기 수익성 개선 등에 힘입어 올해는 연간 당기순이익이 5년 만에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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