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8개월 만에 채권을 순회수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역전이 가시화한 데다가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국 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지면서다. 주식도 6개월 연속 순매도세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6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채권 9340억 원을 순회수했다. 외국인의 채권 순회수는 2020년 12월 이후 18개월 만에 처음이다. 상장채권 10조 5430억 원을 순매수했고 11조 4770억 원을 만기 상환했다. 종류별로 보면 국채는 2000억 원 순투자했지만 통안채는 1조 원 순회수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달 외국인 채권투자 잔액은 231조 8422억 원으로 나타났다.
잔존 만기별로 보면 1년 미만 단기 채권에서 5조 9000억 원이 이탈했다. 1~5년 미만 채권은 2조 8000억 원 늘었고, 5년 이상 채권도 2조 2000억 원 증가하는 등 장기 채권으로 투자자들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채권 투자금 회수가 계속되면 금융지주사의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의 경우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 7010억 원, 코스닥에서 1720억 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행렬은 6개월 연속 이어지는 중이다. 지역별로는 6월에 유럽(3조 5000억 원), 중동(1000억 원) 등에서 순매도했다. 아시아(2000억 원), 미주(1000억 원) 등에서는 순매수했다. 국가별로는 영국(2조 4000억 원), 룩셈부르크(1조 원) 등이 순매도했다. 노르웨이(5000억 원), 싱가포르(5000억 원) 등은 순매수했다.
보유 규모는 미국이 외국인 전체의 41%인 243조 5000억 원, 유럽이 30.1%인 178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아시아는 13.8%, 82조 원이고 중동은 3.3% 19조 7000억 원 순이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하반기에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강력한 통화 긴축 움직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기준금리 0.75%포인트를 한 번에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에도 한번 더 밟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사상 최초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밟게 되면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한미 금리 역전은 1996년·2005년·2018년까지 총 세 차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역전만으로 자본 유출이 심화하지는 않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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