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고조되는 가운데 실제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 규모가 약 3조 9000억원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충격을 상쇄할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12일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미 정책금리가 이르면 7월말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같이 분석했다. SGI는 “고공행진 중인 국내 물가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인상”이라면서도 “기업과 가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SGI는 기준금리 변동으로 단기적 경기 위축 가능성을 제기했다.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정책금리를 높일 경우 나타나는 성장 손실 비용(희생률)을 분석한 결과 물가상승률 1%포인트를 하락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을 0.96%까지 희생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들의 평균 희생률(0.6~0.8%)보다 높았다. 국내 경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 금리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금리인상에 따른 기업 금융부담 증가도 지적했다. SGI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2019년 12.4%에서 2021년 16%로 3.6%포인트 늘었다.
SGI는 “한국은행이 빅스텝에 나설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 9000억원 늘어날 것”이라며 “그간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에 익숙해진 기업들이 아직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한 채로 기업대출금리가 인상될 경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금리인상 영향이 더 크게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중소기업들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자금조달 시 주식·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시 대기업은 1조 1000억원, 중소기업은 2조 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외국인 자금의 유출 가능성도 경고했다. SGI는 “현재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파르고 원화환율 평가절하 기대심리도 있어 과거 한미 정책금리 역전 시기보다 외국인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다”며“갑작스러운 외국인자금 유출로 금융과 실물에 부정적 영향 생기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SGI는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정부가 기업의 금융·조세 부담 완화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약 중소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대출 만기 연장,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와 법인세율 인하,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소득 대비 상생지원 비율에 따라 법인세를 추가 부담하는 제도) 폐지 등을 제시했다. 또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비해 통화스와프 확충 등 외화건전성 유지 노력 등을 주문했다.
SGI는 “국내 잠재성장률은 인구구조 변화 영향으로 2021년 2%에서 2030년 1.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금리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중장기적인 성장 정책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 신산업과 기술혁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기업들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규제 시스템의 전반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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