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높이면서 중국 배터리를 탑재한 국산 전기차가 늘고 있다. 그간 중국 배터리는 현지에서 판매되는 차량을 중심으로 적용됐으나 최근 들어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면서 한국 완성차 제조사들도 더 이상 중국을 외면할 수 없게 된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003620)는 내년 출시 예정인 토레스 기반의 신형 전기차 ‘U100(프로젝트명)’에 중국 BYD와 협력해 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한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지난해 배터리 개발과 배터리 팩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쌍용차와 BYD의 협력 관계가 U100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쌍용차는 내년 하반기 U100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코란도를 재해석한 전기차 ‘KR10(프로젝트명)’과 전기 픽업트럭을 선보이며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BYD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쌍용차의 의지도 강하다. 김헌성 쌍용차 기술연구소장은 “BYD 배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높고 빠른 속도로 품질이 개선되고 있다”며 “당분간 BYD와의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쌍용차는 브랜드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는데 배터리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쌍용차에 앞서 최근 기아(000270)도 신형 니로EV에 중국 CATL의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에 중국 배터리가 탑재된 최초의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향후 현대차(005380)그룹 전기차에 중국 배터리사가 만든 배터리가 활용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CATL은 현대차·기아의 전용 플랫폼(E-GMP) 전기차의 배터리 2차와 3차 물량을 각각 LG에너지솔루션·SK온과 공동 수주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출시가 예정된 아이오닉 6 이후 순차적으로 선보일 아이오닉 7, EV9 등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에도 CATL 배터리가 탑재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지사를 세운 CATL 등 최근 한국 시장을 겨냥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며 “아직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중국 배터리를 찾고 있지만 향후 배터리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기업과의 협업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올해 1~5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33.9%를 차지하며 전체 1위를 차지했다. 3위에 오른 BYD(12.1%)와 함께 중국의 배터리 업체 두 곳이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이끌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을 흡수하고 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으로 성장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내수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며 “테슬라·폭스바겐 등 신규 고객사 확보와 더불어 중국 이외의 지역에 생산 라인을 마련하며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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