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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업에 대우조선 협력사 3곳 폐업…공권력은 '뒷짐'만

[공염불 그친 尹정부 '엄정대응']

해외선주 이례적 파업 촬영까지

경찰 찾아가도 "지켜보자" 몸사려

대우조선 협력사 용산 상경집회

현대제철도 두달째 사장실 점거

쿠팡 노조 본사점거에 입주사 고통

미온적 대응에 하투 확산 우려 고조

대우조선 협력사 ㈜삼주의 진민용 대표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진 대표는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으로 최근 폐업했다. 박호현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하청지회의 조선소 도크 불법 점거, 현대제철 노조의 사장실 점거, 레미콘 운송 사업자의 공장 봉쇄 등 폭력을 동원한 불법 집회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이들 불법 파업으로 인한 조업 차질은 협력사의 연쇄 부도와 국내 기업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지만 불법을 바로잡을 공권력은 나 몰라라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중한 법 집행’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가 정작 노조의 불법 파업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노동계의 ‘하투’ 강도가 높아지면서 경기 침체의 늪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1일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들은 경남 거제에서 상경해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서 집회를 열고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에 당국이 적극 개입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하청지회는 대우조선의 1도크를 무단 점거해 아예 건조와 인도를 멈추게 하고 작업 방해, 고공 농성, 산소 호스 절단 등 불법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협력사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경남도청·경남지방경찰청 등 당국을 잇따라 찾아 불법 파업을 멈추게 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당국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오죽 답답하면 대통령실 앞까지 왔겠느냐”고 호소했다.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사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3곳의 대우조선 협력사가 문을 닫았고 50명 안팎의 협력사 직원들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앞으로도 현금 여력이 부족한 업체 순서대로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협력사 측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대외적 신뢰 손상이다. 거제 옥포조선소에 파견된 해외 선주 감독관들은 카메라로 불법 파업 현장을 촬영해 보고하기 시작했다. 옥포조선소에서 근로자들의 근무를 방해하고 기자재를 망가뜨리는 모습이 그대로 촬영돼 해외 선주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파업으로 기자재가 망가지는데도 속수무책인 상황이 해외 선주들에게 전달되면 장기적으로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협력사 대표는 “고용부를 찾아 호소해도 답이 없고 1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경남경찰청장에게 면담 요청도 했는데 거부당했다”고 했다. 또 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경찰을 찾아가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말뿐이었다”면서 “문제가 생길까 다들 개입하는 걸 꺼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 대우조선 파업 현장에는 단 한 명의 진압 경찰도 투입되지 않았고 정보 경찰 2명만 현장을 오가며 상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 노조도 두 달 넘게 사장실을 점거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당진제철소에 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점거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사측은 5월 27일 각 사업장 노조 지회장 등 50여 명을 경찰에 고소(특수주거침입 및 업무방해·특수손괴 혐의)했지만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을 뿐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파업으로 건설 현장도 멈춰 설 위기에 놓였다. 레미콘 운송노조에 이어 철근·콘크리트 업체들까지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가면서 서울·경기 지역 공사 현장 15곳 중 7곳의 작업이 일시 중단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 조합원들도 6월 23일부터 혹서기 근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쿠팡 본사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타워630’ 1층에서 점거 농성 중이다. 이로 인해 쿠팡뿐 아니라 본사 건물에 입주한 다른 회사나 자영업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8일 점거 농성 중인 노조 간부 10명을 업무 방해와 공동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송파경찰서에 고소했으며 입점한 식당과 병원·약국 등 자영업자들도 농성 해제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경찰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법이 정한 테두리를 넘어 공장을 점거하거나 영업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는 경찰이 나서 적극 대응해야 노사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엄중한 법 집행이 사용자뿐 아니라 노조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파업은 노조의 권리지만 불법행위에는 정부가 법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야 국정 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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