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씨피는 배터리 분리막 기술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2021년 영업이익률 22%를 기록했고 2020년대 중반에는 3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분리막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 2030년대에도 반드시 두 자리 수 이익률을 유지해 구성원 모두 행복한 기업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최원근 더블유씨피 대표는 지난 8일 충주에 위치한 더블유씨피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20년 가까이 쌓아 올린 배터리 분리막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공장 설립으로 막대한 규모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하는 제조업 특성에도 차별화된 기술로 이익 극대화에 성공하고 있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최 대표는 다음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사회와 구성원의 행복에 기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세계 최초 ‘5.5m’ 필름 양산…듀얼 코팅 기술로 차별화
배터리 분리막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과 함께 2차 전지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4대 소재로 꼽힌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아 화재 위험을 차단하는 게 핵심 역할이다. 전기차 운전자의 안전에 직결되는 소재인 만큼 충족시켜야 할 기준이 엄격하고 이 때문에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게 만만치 않다.
더블유씨피가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률 22%는 회사 안팎에서 고무적인 수치로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를 그룹사로 둔 경쟁사가 같은 기간 1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7%포인트나 높다. 비교 대상을 2차 전지 관련 업체들 전반으로 넓혀도 20%대 이익률을 내는 회사는 흔치 않다.
최 대표는 이익률 상승의 비결로 배터리 분리막 5.5m 광폭 생산 기술을 꼽았다. 배터리 분리막은 넓은 필름 형태로 생산된 뒤 배터리 제조사가 원하는 폭으로 잘라져 납품된다. 최초 생산할 때 필름 폭이 넓을수록 생산 효율이 높아지는 셈이다. 더블유씨피가 세계 최초로 필름 폭을 4m에서 5.5m로 넓힌 지 4년이 됐지만 아직 경쟁사들은 4m 폭의 생산 라인을 쓰고 있다.
최 대표는 “다양한 화학 물질이 혼합돼 있는 배터리 분리막 원료를 균일한 두께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더블유씨피는 공정 설비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기 때문에 필름 폭 확장이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코팅 기술로도 타사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단면 필름 두 장을 코팅할 수 있는 ‘듀얼 코팅' 기술을 개발하면서다. 타사가 1장의 필름을 코팅할 시간에 2배로 생산성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더블유씨피는 타사가 해당 기술을 도용할 수 없도록 특허 출원 및 등록을 마친 상태다.
최 대표는 “2차 전지 산업 섹터에선 수익이 많이 나지만 니켈, 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받아 이익을 끌어 올리기 힘든 사업 구조의 기업이 많다”며 “더블유씨피는 기술 초격차로 경쟁사를 따돌리고 높은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2차 전지 소재 기업”이라고 말했다.
17년 간 한·일 오가며 발전…IPO 기점 한국 중심 지배구조 개편
더블유씨피의 기술력은 하루 아침에 쌓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마케팅, LCD 상품 기획 업무를 하던 최 대표는 2005년 더블유씨피의 모회사 더블유스코프를 창업했다. 자체 개발한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려 했으나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배터리 분리막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결국 배터리 선진국 일본의 벤처투자협회 투자를 받아 첫 발을 뗄 수 있었다.
당시 일본 벤처투자협회는 투자 조건으로 일본 증시 상장을 요구했다.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싶었던 최 대표는 대신 공장을 충북에 짓겠다는 방침을 제시하고 일본 증시 상장을 받아들였다. 지주사 격인 일본 상장사 더블유스코프가 이번에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더블유씨피를 지배하고 있는 배경이다. 최 대표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지배구조를 한국 중심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최 대표는 “창업 초장기 투자 유치 여건이 녹록지 않아 일본 증시 상장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더블유씨피 상장 후 해외 생산 법인을 더블유씨피의 자회사로 두겠지만 추가로 상장에 나서 주주 가치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국내 공장 설립 후 삼성SDI(006400)에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LG화학(051910)은 일본 도레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096770)은 자체 소재사업부문(현 SKIET)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삼성SDI와 더블유씨피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다만 전기차 운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삼성SDI의 뜻에 따라 10년 안팎의 필드 테스트를 거친 2017년에야 양사의 협업이 본격화됐다.
더블유씨피는 지난해 매출 1855억 원 중 50% 이상을 삼성SDI를 통해 올렸다. 삼성SDI 입장에서도 더블유씨피를 핵심 협력사로 여길 수밖에 없다. 더블유씨피는 최대 9000억 원 규모로 공모 자금을 모집해 헝가리에 연 12억㎡ 생산 규모로 배터리 분리막 생산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완공 시 생산량이 현재 수준의 3배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SDI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를 고객사로 추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 대표는 “삼성SDI의 핵심 고객에게 납품되는 배터리에 더블유피씨 분리막이 사용되는 등 양사는 견고한 파트너십을 자랑한다”며 “해외 공장을 설립하면서 매출 확장성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내 커피숍 바리스타도 정규직…모두가 행복한 기업 추구
최 대표는 영리 법인으로 성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ESG 측면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내연기관보다 환경에 부담이 덜한 전기차 생태계 완성에 기여하는 동시에 더블유씨피와 관련된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기업을 만드는 게 최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그는 삼성전자에 다니던 시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선배들이 대거 퇴직하는 걸 보면서 창업을 하게 되면 임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더블유씨피는 충주 공장 운영에 참여하는 직원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직원 복지를 위해 구내에 설립한 커피숍에 근무하는 바리스타도 정규직이다. 더블유씨피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분리막 사업부문 직원 629명 모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분류돼 있다. 여기에 신혼여행 휴가 10일 부여, 자녀 1인 당 월 16만 원의 수당 지급, 구내 식당 무료 이용 등 다양한 복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신입사원 교육 때 가장 처음 하는 얘기는 ‘월급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이므로 상사에게 늘 당당하라’는 것”이라며 “제조업에는 흔치 않은 수평적인 조직 운영을 지향하고 협력업체와도 상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