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경기 침체 우려가 달러 강세를 부채질하며 원·달러 환율이 1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환율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12원 넘게 오른 1316원 40전까지 치솟으며 4거래일 만에 연고점을 다시 갈아 치웠다. 장중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30일(1325원)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장 마감 직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한 환율은 전날보다 8원 20전 오른 1312원 10전에 거래를 마쳤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유럽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인 108.5까지 치솟았다. 반면 유로화는 달러화 가치와 1 대 1로 교환되는 패러티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급락했다.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3분기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한미 금리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금통위의 빅스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3일 금통위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6~27일(현지 시간) 빅스텝만 밟아도 곧바로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로 원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면서 수입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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