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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CPI가 피크?…·러시아·OPEC에 달렸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3일(현지 시간) 나올 6월 CPI는 전년 대비 8.8%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경기와 기업 어닝 둔화 우려에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0.95%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92%, 0.62% 떨어졌는데요. 이날 펩시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았지만 강달러와 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어닝 우려가 계속되고 있죠.

특히 월가에서는 13일 나올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두고 긴장 모드였습니다. 현재로서는 에너지와 농산물을 포함한 헤드라인 CPI가 전년 대비 8.8% 증가해 5월(8.6%) 수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데요.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6월 CPI가 높더라도 이것이 정점일 수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오늘은 6월 CPI와 경기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美, 휘발유 가격 단기 정점일 수 있어”…“러시아 노르드스트림1 완전 차단 땐 둠스 데이”


미 경제 방송 CNBC는 이날 “6월 CPI 수치는 높겠지만 아마도 최고조에 달했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지난달 갤런당 평균 5달러를 넘었던 휘발유 값이 지금은 4.655달러인데요. 최고치(5.016달러)와 비교하면 약 7.2% 낮아졌죠.

백악관이 6월 CPI를 두고 “높은 숫자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이미 과거의 자료”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금은 휘발유 값이 많이 떨어져있으니 6월 CPI가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말이죠. 백악관은 앞으로 휘발유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 역시 6월에 전월 대비 0.5% 올라 5월(0.6%)에 이어 또다시 상승세가 약해질 전망인데요. 전년과 비교하면 5.7%로 5월(6.0%)보다 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때문에 근원 CPI는 3월에 6.5%로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근원뿐만이 아니라 헤드라인 수치가 중요하죠. 내일 나올 수치를 세부적으로 봐야하지만 일단 CPI와 인플레이션 기대에 큰 영향을 주는 휘발유 같은 에너지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기 힘듭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 현황


당장 유럽이 그런데요. 러시아가 유지보수를 이유로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드르스트림1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힌 상태죠. 예정돼 있는 기간은 21일까지로 22일에는 공급이 재개돼야 합니다.

문제는 러시아가 어떻게 나오느냐죠.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우위를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더 끌거나 공급을 완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리버럼 캐피탈의 요아킴 클레멘트 전략 부문장은 “(가스공급 중단이 현실화하면) 독일과 폴란드, 다른 중부 유럽에서 시작된 충격이 유럽의 나머지 지역과 전 세계에 어떻게 확산할지 알 수 없다”며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는데요.

공급중단 기간이 장기화할 경우 최소 유럽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고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미국과 전세계 경제를 강타하게 될 것입니다. 유로화 약세에 ‘패러티(parity·1유로=1달러)’가 나타나는 것은 유럽 지역의 경기침체 전망이 반영되고 있는 셈인데요.

침체라고 해도 높은 에너지가격에 물가가 내려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얘기가 나오는 이유죠. 시장에서는 7월22일, 노드스트림 가스관이 정상화하느냐가 올해 가장 중요한 날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입니다. 사만다 다트 골드만삭스 천연가스 리서치 헤드는 “7월22일은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며 가즈프롬에서 보수 만료 예정일 하루 이틀 전에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게 되면 패닉과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은 러시아가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는 최후의 날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지요. 결국 휘발유와 국제유가의 피크를 근거로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얘기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는 거지요. 이날 침체 우려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12%(8.45달러) 떨어진 95.6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유가 전망은 금융사에 따라 배럴당 60달러와 150달러처럼 극과 극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OPEC, 내년에도 원유 공급 하루 100만 배럴 부족”…“회사채 스프레드 빨간불 들어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시각도 비슷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부터 17일까지 사우디아리비아와 이스라엘 등 순방을 통해 대규모 증산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만 따져도 하루 300만 배럴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증산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습니다. OPEC의 속내도 복잡하죠. 경기침체 얘기가 쏟아지는데 무턱대고 증산할 이유가 적습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려고 하겠죠. 괜히 더 퍼냈다가 경기침체로 유가가 폭락하면 미국이 그 손실을 메워줄 게 아니지요.

이날 OPEC에서 내년도 석유시장 전망이 나왔는데 내년에 글로벌 수요가 하루 270만 배럴 증가하는데 공급은 하루 170만 배럴 증가하는데 그쳐 100만 배럴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블룸버그는 “수요와 공급격차를 메우기 위해 OPEC가 생산량을 크게 늘려야 하지만 OPEC 회원국들은 투자부족과 정치적 문제에 지금도 생산규모가 부족하다”고 전했는데요.

이는 국제유가가 한동안 높은 수준이 유지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6월 CPI가 정점이라고 한들 단기적 정점이지 중장기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죠.



미 경제 방송 CNBC가 상승하는 회사채 금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CNBC 방송화면 캡처


이와 별도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게 신용시장입니다. 에너지 부문과 관련돼 있는 부분부터 말씀드리면 매튜 베일리 JP모건체이스 전략가에 따르면 만약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차단하게 되면 유럽의 회사채 스프레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때보다 더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높은 등급의 채권이 325bp(1bp=0.01%p), 정크본드는 무려 1000bp 커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드린 것은 현재 경기침체 논의에서 회사채 스프레드를 잘 봐야 한다는 조언이 월가에서 나오기 때문인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가는지 알려면 스프레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잘 챙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었습니다.

JP모건체이스는 유럽 지역을 얘기했지만 미국에서도 스프레드에 관한 경고음이 나오는데요. CNBC는 “국채금리는 침체 공포에 내려가고 있짐나 회사채와 국채금리와의 차이는 여전히 높다. 투자자들이 어닝 우려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디폴트도 늘 수 있다”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금은 부도율이 0.9%에 불과하지만 완만한 경기침체가 오면 5~6%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 신용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며 "앞으로 몇 달 간은 회사채를 잘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리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6월에 피크를 쳤을 수 있다는 해석이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문제, OPEC의 증산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설령 물가가 잠시 떨어지더라도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크레디트 시장의 움직임이 조금씩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는 거지요.

“미국인 70% 경기침체 오고 있다”…“소리 없는 QT도 여전히 리스크”


미국인들의 심리도 안 좋습니다. 매그니파이머니가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 미국인 2082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경기침체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는데요.

응답자의 88%는 경기침체의 가장 큰 경고 신호로는 높은 물가를 꼽았습니다. 매트 슐츠 렌딩트리의 수석 신용 애널리스트는 “휘발유나 식료품 가격 급등 같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있으면 이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요.

미국경제의 3분의2는 소비가 차지합니다. 미국민의 전반적인 심리가 나빠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양적긴축(QT)의 우려도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부터 QT를 시작했는데요. 경기침체 논의에 가려 QT 얘기가 쏙 들어간 상태입니다.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QT를 다룬 월가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 이 정도면 시장이 QT를 소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이 QT를 적정하게 반영해 가격을 산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이기 때문에 연준도 별다른 언급이 없는 것 같다”고 했는데요.

QT 영햐에 대한 얘기가 없이 조용하다. 시간을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다른 얘기도 나옵니다. 여전히 우리가 QT의 영향을 알지 못하는 상태라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경기침체 우려가 급증하면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급락한 측면이 있어 QT의 효과가 적게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별다른 게 없었다면 QT에 따라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맞으니까요. 피터 러터 로열 런던 자산운용의 주식 헤드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QT가) 쉽다는 것은 주어진 게 아니”라며 “우리는 좀더 캐주얼한 형태로 QT를 시작한 것 같다. 잘 시작했으니 지켜보자인데 우리는 QT를 매우 조심스럽게 보고 있으며 그것은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결국 QT와 관련해서는 QT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상황을 더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마크 카바나 BofA 미국 금리전략 헤드는 “QT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며 “시장의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지요.

시장 입장에서는 그동안 깜빡 잊고 지냈던 QT 문제가 상황에 따라서는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QT를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우리도 모르겠다 이런 식이죠.

어쨌든 고려해야 할 요소가 계속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처음에는 인플레, 경기둔화 정도더니 이제는 경기침체와 강달러, 신용시장, 어닝에 QT까지 얹어지고 있는 거죠. US뱅크의 리사 에릭스는 “우리는 이번 어닝 시즌을 조심히 접근하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과 임금상승, 공급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문제와 중국의 코로나19 락다운 우려가 있는데 궁극적으로 어닝이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 두번째 가격 재산정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만큼 변동성과 리스크가 크다는 말도 될 겁니다. 1차로는 13일 발표될 6월 CPI와 시장의 반응이 핵심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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