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은이 파악하고 있는 중립금리 수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과열시키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균형금리를 말한다. 과거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 “돈을 빌릴 때 빌릴지 말지를 고민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립금리 수준이 중요한 것은 한은이 앞으로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인지 알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은 총재들은 중립금리를 기준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왔다. 전임 이주열 총재는 올해 1월 기준금리를 1.00%에서 1.25%로 인상한 이후 간담회에서 “중립금리에 비춰보면 기준금리가 1.50%가 되더라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당시 기준에서 금리를 최소 1.50%까지는 더 올려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창용 총재 역시 5월 금통위에서 “중립금리 수준으로 현재의 금리 수준을 수렴하게끔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발언했다. 그동안은 중립금리 수준보다 낮다고 한 만큼 추가 인상을 간접적으로 언급해왔는데 만약 빅스텝으로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하게 됐다면 중립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아진다면 경기가 꺾일 수 있다.
5월 금통위서 한은 내 관련부서는 “중립금리 추정 불확실성을 고려해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추정한 결과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적으로 평가된다”라며 “최근 여건 변화를 반영해 향후 기준금리 경로를 도출하면 우리 경제가 중장기 균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중립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높아질 필요도 있다”라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중립금리는 물가 등 경제 상황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측정 방식에 따라서 수치가 다양하게 나오기 때문에 한은 역시 특정 수치가 아닌 범위 형태로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제시)’에 맞춰 금리를 조정하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를 통해 추가적인 정책 수단을 활용 중이다.
한은은 내부적으로 중립금리를 분석해 활용하고 있지만 추정 방식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공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5월 금통위 회의 때부터 중립금리 수준을 공개하자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한 금통위원은 “중립금리 수준에 대한 외부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며 “중립금리 수준 공개는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 등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밀접히 연관된 만큼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공개 시 장단점을 면밀하게 비교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중립금리 공개에 반대하는 금통위원이 “중립금리 추정의 불확실성이 커서 해당 지표만을 통해 통화정책 기조를 평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또 다른 금통위원은 “중립금리 수준 공개가 경제주체들의 기대 관리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추가 논의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재반박했다. 현 금통위 6인 체제에서 최소 2명이 중립금리 공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금통위에서 이처럼 의견이 극명히 갈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립금리가 공개되면 시장에서는 한은이 앞으로 금리를 언제 얼마나 올릴 지가 명확해진다. 하지만 이 총재는 간담회 등을 통해 중립금리 수준 공개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중립금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그는 5월 금통위서 중립금리 관련 질문에 “통계적으로 중립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 돼야 하는지는 연구마다 굉장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중립금리 수준을 한은이 언급하게 되면 너무나 명확한 금리 움직임에 대한 단정적 지표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6월 물가설명회 때도 “‘중립금리가 이거다’라고 하면 마치 이 순간 또는 다음 달에 가야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립금리 공개가 아니더라도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통화정책마저 불확실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략적이라도 금리 변경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해 민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라며 “미국처럼 3개월에 한 번 기준금리 점도표 또는 중간 값을 제시하거나 연간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제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숫자를 제시하는 것만이 포워드 가이던스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6월 물가 설명회에서 “저희가 드리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기본적으로 물가 오름세의 확산 속도가 계속 지속되는 한 이 추세를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해 거기까지 간 다음 여러 가지 다른 변수를 보겠다는 정도면 충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한은식(式) 소통은 해석이 필요해 중앙은행과 일반 국민 사이의 정보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한은 입장에서는 중립금리가 딱 떨어지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외부 공개하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낄 것”이라며 “실제로도 중립금리는 측정 방식에 따라서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포워드 가이던스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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