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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력수급 비상에…삼천포화력발전소 재가동 검토

■결국 석탄발전 카드 꺼낸 정부

폭염에 벌써 전력수요 최고치 경신

"8월 둘째주 피크" 블랙아웃 우려

남동발전에 운영 가능 여부 문의

1년 넘게 멈춰 보수에 1개월 필요

에너지 대란으로 독일 등도 추진





정부가 지난해 4월 폐쇄한 삼천포화력발전소 재가동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달 초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전력예비율이 7.2%까지 떨어지자 정부가 결국 석탄발전소 재가동 카드를 사실상 꺼내든 것이다.

★본지 7월 7일자 1·3면 참조

13일 발전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남동발전에 구두로 지난해 4월 폐쇄한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의 재운영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남동발전은 삼천포화력발전소가 1년 넘게 가동되지 않은 만큼 재운영까지 1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시설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대 전력 수요(피크) 시기를 8월 둘째 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맞춰 빠르면 다음 달에 삼천포화력발전소 가동이 이뤄질 수 있다.

경남 고성에 위치한 1.12GW 규모의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는 2016년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라 지난해 4월 영구 폐쇄됐다. 이외에도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추세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2020년 12월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 지난해 12월 호남화력발전소 1·2호기도 문을 닫았다. 정부는 삼천포화력발전소 외 이들 발전소의 재가동 여부도 검토했지만 보령화력발전소는 이미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고 호남화력발전소는 노후화가 심각해 재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석탄발전 재개까지 검토하는 것에는 때이른 폭염으로 7월 초부터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달 7일 최대 전력 수요는 92.99GW까지 치솟았다. 예비전력은 6.726GW에 불과했고 예비전력을 최대 수요로 나눈 예비율 역시 7.2%에 그쳤다. 예비전력이 5.5GW 이하일 때 발령하는 비상경보 직전까지 몰린 것이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도 6일 서울경제가 주최한 15회 에너지전략포럼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문 닫은 석탄발전소 1~2기라도 다시 가동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통상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은 폭염이 절정에 달하는 7월 말~8월이었다. 최근 5년간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한 날은 7월 21일~8월 26일이었다. 박 차관은 올해 최대 전력 수요가 8월 둘째 주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일상 회복에 따른 산업 수요 회복과 무더위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대 전력 수요 예측 시기를 한 달이나 앞두고 전력 수급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정부는 올여름 국내 전력 수요가 최대 95.7GW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예비력도 5.2GW에 그치며 전력 수급 경보 발령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내에서 마지막 전력 수급 경보 발령은 9년 전인 2013년 8월이 마지막이었다.

전력수급 금일 전망은?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한국전력 서울본부에 설치된 전력수급 상황 현황판에 현재 전국의 전기 사용량과 예비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건설을 마치고 시운전 중인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상업 운전이 늦어지는 것도 석탄발전소 재가동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주 신한울 1호기의 발전량은 0이다. 시운전 과정에서 출력 상승 시험 등의 이유로 출력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1.4GW 규모의 신한울 1호기 대신 1.12GW 규모의 삼천포 1·2호기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재가동될 경우 최대 전력 수요 시기의 공급예비력은 5.2GW에서 6.3GW로 늘어난다.

하지만 폐쇄한 발전소를 재가동한 전례가 없는 만큼 법률 개정 등의 가능성도 언급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사업법 개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탄소 중립 추세에서 석탄발전소 재가동이 맞는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으로 각국 정부도 석탄발전을 재개하는 추세다. 기후위기 대응의 선봉장이었던 독일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재가동을 위한 법안이 이달 8일 의회를 통과했다. 네덜란드 역시 지난달 석탄화력발전소 생산량 상한선(35%)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필요에 따라 석탄발전소를 최대치로 가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가오는 겨울이 불안한 점도 석탄발전 재개를 검토하는 변수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겨울철 전력 수요가 여름철보다 높다. 러시아가 대(對)유럽 가스 공급을 줄이는 가운데 대체재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가 연쇄적으로 전력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비상 상황”이라며 “당분간 석탄·원전·LNG 가릴 것 없이 준비를 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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