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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95% 중도인출 하는데…美, 세제 혜택에 대출 용이

◆연금 투자기간 확대 방안은

미국, 하락장서도 '연금런' 없어


금융 전문가들은 사회 초년생부터 퇴직연금을 잘 굴린다면 누구라도 은퇴 시점에 넉넉한 연금 자산을 손에 쥘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변수는 바로 수익률과 투자 기간이다. 연 4~6%의 수익률을 20~30년간 꾸준히 낼 수 있다면 평범한 직장인들도 퇴직금만으로 2~3억 원의 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도입한 궁극적인 목적도 바로 두 변수 중 하나인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투자 기간의 문제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여전히 많은 가입자가 주택 마련 등을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하거나 이직 때마다 일시금으로 받고 해지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실제 퇴직연금 계좌의 수령 현황을 보면 2021년 말 기준 대상자의 95.7%가 일시금 수령을 택했고 연금 수령자는 4.3%에 그쳤다. 금융 당국은 대다수가 일시금 수령을 선택하는 이유로 수급 개시 시점의 적립금 규모가 평균 1615만 원으로 낮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퇴직금을 쌓아두기보다 일시금으로 받아 써버리면서 장기 투자 시 얻을 수 있었던 미래 이익을 놓쳐버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십만 명의 ‘연금 백만장자’가 있는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사업자인 피델리티는 최근 미국 증시가 크게 하락하는 등 불황이 우려되는 환경에서도 올 1분기 관리 중인 401(k) 저축률이 총급여 대비 14%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피델리티 측은 “저축자 중 5.6%만이 계정 내 자산 배분을 변경했으며 대부분은 자산 할당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유지했다”고 부연했다. 피델리티가 관리하는 고객 중 401(k) 계좌 잔액이 100만 달러 이상인 근로자는 1분기 기준 40만 6000명에 이른다.



퇴직연금 중도 인출이나 해지를 막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 시 제공하는 세제 혜택을 늘리고 저리의 연금 담보대출 등을 제공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401(k) 중도 인출자는 전체의 2% 내외로 추정되는데 이는 연금 자산의 50%까지 수월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도 주택 마련이나 병원비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 대출을 허용하고는 있지만 퇴직연금 수급권 등과의 충돌로 대출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대출 실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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