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JP모건체이스의 이익 급감과 전날 9%대 인플레이션에 따른 후폭풍에 하락했습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46%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0.30% 떨어졌는데요. 반면 나스닥은 소폭(0.032%) 상승했습니다.
JP모건의 실적 하락은 한 기업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 경제의 방향을 점칠 수 있는 주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이익 전망치를 밑돌아 어닝 시즌에 대한 우려를 키웠죠.
이날 러시아의 천연가스 완전 공급중단 우려에 유로화가 유로당 1달러 밑으로 하락하면서 2002년 이후 가장 약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11.3%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1%포인트 금리인상에 열려 있다면서도 아직까지는 0.75%포인트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JP모건 관련 얘기와 기준금리 인상 전망, 우크라이나 상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JP모건, 충당금 4억2800만 달러 적립”…다이먼 “지정학 긴장·인플레·소비심리 약화 전 세계 경제에 부정적 결과”
우선 이날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는데요. 순이익이 전년 대비 28% 급감한 86억500만 달러, 주당순익이 2.76달러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주당순익은 예상치(2.88달러)도 밑돌았는데요.
생각보다 나쁜 실적은 대손충당금 때문입니다. 향후 대출 부실을 걱정해 쌓아두는 충당금을 4억2800만 달러가량 더 쌓으면서 확 안 좋아진 것이죠. JP모건은 당분간 자본을 더 확충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도 중단하기로 했는데요.
JP모건 같은 대형 은행이 충당금을 더 쌓기 시작한다는 것은 확실히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이것은 어떤 나라나 마찬가지인데요.
기본적으로 은행은 규정상 최소 충당금 적립 요건이 있습니다. 그런데 충당금을 더 쌓는다는 것은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죠. 많은 충당금은 이익 감소와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가 단순히 더 쌓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내부적으로 이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고 주주들을 어느 정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돼야 하겠지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최대 은행이 향후 대출 손실을 메우기 위해 4억2800만 달러를 추가로 확보했는데 이는 미국 경제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습니다.
급격한 경기둔화를 우려한 감독당국이 추가 적립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것도 결국 경기가 악화한다는 의미가 되죠. 시장에 주는 의미가 적지 않은데요. 카메론 도손 뉴웨지 웰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은행이) 충당금을 쌓기 시작하는 것은 그들이 위험을 얼마나 보기 시작했느냐를 알 수 있다”며 “JP모건은 자본금 확충을 위해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보다 바이백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했습니다.
추가로 모기지 대출이 45%, 자동차 대출과 리스가 44% 감소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지난달 크기는 알 수 없지만 “경제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는 경고를 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이날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그는 “미국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으며 고용시장과 소비지출은 여전히 건전하다”면서도 “하지만 지정학적 긴장과 높은 인플레이션, 소비자 자신감 약화, 고금리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전에 보지 못했던 양적긴축과 이것이 글로벌 유동성이 미칠 효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등은 앞으로 언젠가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다이먼의 말을 해석하면 이렇게 됩니다. 지금 현재 시점까지는 미국 경제가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 하방위험이 크고 리스크 요인이 많다는 건데요. 특히 이들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는 얘기인데, 그가 말하는 부정적인 결과라는 것은 경기침체, 혹은 그 이상의 무엇을 얘기하는 걸 겁니다. 허리케인이라고 봐도 되겠죠. 물론 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빠졌다는 증거가 나왔을 땐 이미 허리케인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월러, “0.75%p 지지하지만 지표 계속 강하면 더 큰 금리인상”…캐빈 해셋 “연준 공포 질렸다” 주장도
경제에 부정적 요소,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증거는 이날도 확인됐는데요. 에너지 비용 급등에 6월 PPI 증가폭이 11.3%를 기록, 3월(11.6%)의 최고치에 근접했습니다.
이날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6월 CPI 이후 나는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지지한다”면서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에 소매판매와 주택 같은 중요한 데이터가 나오는데 만약 그 수치가 예상보다 강하다면 나는 7월에 더 큰 금리인상으로 기울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더 큰 금리인상은 1%p를 뜻합니다. NYT는 “월러 이사가 아직은 아니지만 1%p의 금리인상이 가능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고 분석했는데요.
참고로 소매와 관련해서는 아마존이 이날 내놓은 프라임 데이(7.12~7.13) 세일 행사 결과를 보면 이 기간 동안 3억 개 이상의 물건이 팔렸다고 합니다. 아마존을 포함해 해당 기간 내 미국의 온라인 소매판매는 119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8.5% 높다고 하는데요.
지난 달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렌트 가격 평균이 처음으로 5000달러를 돌파한 5058달러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뉴욕은 미국 최대의 임대시장으로 이처럼 높은 렌트비는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단순히 뉴욕만의 문제가 아니라 풍선효과처럼 다른 지역까지 확산하기 때문이죠. 중개인들은 가을로 가면 임대료가 심지어 더 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조나단 밀러 밀러 사무엘의 CEO는 “가격둔화의 조짐이 없다”고 했죠.
당장은 15일에 나올 소매판매 지표가 핵심입니다. 소매판매가 강하면 ‘점보 스텝(1%p 인상)’으로 가는 길이 굳어질 것이고 시장에는 단기적으로 악재일 건데요. 호재가 악재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죠.
반대로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약하면 0.75%p가 유력해질 겁니다. 월러는 아직 0.75%p를 지지한다고 했고 “시장이 앞서나가고 있다”고 지적했죠.
그의 이런 발언은 연준의 지금 생각과 향후 금리인상 요건을 알려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측면이 있는데요. 이날 오후 들어 주요 지수들이 낙폭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투자자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는데요. 이날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이달 0.75%p 인상확률이 58.4%, 1%p가 41.6%로 하루 만에 상황이 뒤집어졌습니다. 어제만 해도 1%p가 80%를 웃돌았죠.
전반적인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6월 CPI 이후 이달 말까지 나올 추가 지표들이 연준의 최종 금리인상안을 확정할 것 같습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인데요. 월러의 발언은 최종적으로 1%p 인상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일 수도 있지만 그의 말대로 0.75%p로 끝날 가능성이 있기에 시간을 두고 더 봐야만 합니다. CME 페드워치 전망치를 크게 믿지않지만 이제는 확률이 반반 정도 되기도 하니까요.
일각에서는 연준이 공포에 질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케빈 헤셋은 “연준은 물가가 더 오르는 것을 보고 있고 겁에 질려 있다”며 “이 숫자가 바뀌지 않으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임시회의를 열 수도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또 “앨런 그린스펀의 연준이었다면 (충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사람들을 정말 놀라게 했을 것이다. 연준이 빅 서프라이즈로 시장을 놀라게 하면 결국 시장은 연준이 매우 심각하며 진지하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며 “연준이 서프라이즈하게 나오지 않는 한 피크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휘발유 가격 하락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여름이 끝나면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개인적으로 임시회의 개최 가능성은 동의하지 않지만 에너지 가격이 언제든 상승할 수 있고,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인플레 기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연준 내 퍼져 있을 것이라는 데는 100% 동의합니다.
쫓기는 옐런 “러시아 원유가격 상한제, 인플레 강력한 대응책”…복잡한 우크라 해법
사실 높은 에너지 가격은 6월 9.1%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피크가 아니고 약간 내려가더라도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인플레이션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러시아 원유가격 상한제가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 가운데 하나(one of our most powerful tools)”라고 밝혔는데요.
가격 상한제에 대해서는 앞서 미 고위관리가 로이터통신에 상한제 없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했었습니다. 이 말 자체가 상한제 없이는 물가폭등이 재현될 것이라는 고백이죠.
그렇다면 상한제가 되느냐가 관건인데 원유가격 상한제 얘기가 나온 지는 좀 됐지만 러시아는 별다는 반응이 없고 수입국인 인도도 시큰둥합니다. 중국 상무부는 “가격상한제는 복잡하다. 대신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회담을 촉구한다”는 입장인데요. 중국과 인도는 현재 싼 러시아 원유를 들여와 이득을 보고 있고 이들이 미국의 요구를 별다른 조건없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개인적인 추론입니다만 상한제 역시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 문제처럼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이익, 서방의 대러 제재, 휴전 논의와 맞물려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된 마당에 러시아 입장에서 옐런이 저렇게 아쉬운 얘기를 해야 할 정도인 상한제를 좋다고 덮석 받을 이유가 없지요.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외무차관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는 평화협상에 긍정적으로 나설 준비가 돼 있긴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지금의 영토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현 점령 지역은 러시아가 차지하겠다는 말이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휴전을 하면 잃은 영토를 되찾을 길이 없습니다. 정치적 타격과 함께 우크라에서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죠. 러시아는 휴전 뒤 다시 전쟁을 시작할 수 있지만 서방의 무기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불가합니다. 먼저 전쟁을 일으킨다고 이길 가능성도 낮고요.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휴전을 압박할 수 있지만 이들의 지상군이 투입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압박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무기지원을 끊으면 우크라도 입장을 바꾸지 않겠냐고 할 수 있지만, 이제 와서 무기 지원을 끊어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패배하는 것도 미국과 유럽이 원하는 그림이 아닙니다. 푸틴의 완전한 승리가 되기 때문이죠. 전쟁이 치열할 때도 협상은 한다는 말이 있듯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과 유럽이 서로 타결책을 찾겠지만(지금도 그러고 있고요) 하루아침에 끝날 일이 아닙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연말 S&P500 전망치를 4500에서 3600으로 내렸는데요. 가장 부정적 전망 가운데 하나이긴 합니다만 지금처럼 바닥 논쟁이 많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자신이 장기투자자인지, 아니면 단기 투자자인지부터 확실히 하고 한번에 다 돈을 넣을 것인지, 나눠서 투자할지부터 정해야겠습니다.
※25일(현지 시간)부터 ‘3분 월스트리트’ 게재일이 한국시간 기준 매주 화~금(주 4회)에서 화~토(주 5회)로 늘어납니다. 그동안 미국 기준 금요일 시장 상황을 전해드리지 못했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추가로 이달 말부터 ‘3분 월스트리트’의 깊이 있는 분석을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접하실 수 있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지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국 경제와 월가의 뉴스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