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앞둔 직장인 A 씨는 신혼집으로 오피스텔 월세를 알아보고 있다. A 씨는 “여자친구와 출근 지역이 달라 ‘더블 역세권’ 아파트 전세를 찾아봤는데 전세자금대출 이자도 부담스럽고 월세를 구하자니 너무 비싸서 오피스텔 월세로 신혼집을 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오피스텔도 아파트만큼 구조도 잘 나오고 보안도 잘돼 있다고 해 가구 옵션이 많은 곳으로 알아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오피스텔 월세 가격이 사상 최대 폭으로 오른 것은 급격한 금리 인상과 전세금 상승으로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아파트에서 오피스텔로, 또 전세에서 월세로 내몰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매매 및 전세 가격이 치솟자 임대차 수요가 대체제인 오피스텔로 옮겨가면서 오피스텔 월세 거래량이 늘어나고 가격도 뛰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자 부담이 커진 오피스텔 임대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월세 가격을 올리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서울 오피스텔 월세 가격 변동률은 0.18%로 한국부동산원이 오피스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크게 올랐다. 특히 직장이나 학군이 밀집한 지역은 상승 폭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용산·종로구 등 도심권은 6월 월세 가격 상승률이 0.25%로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 4구가 위치한 동남권의 월세도 0.23% 상승했다.
오피스텔 월세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월세 거래가 늘어난 것이 꼽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오피스텔 월세 거래량은 1만 4818건으로 전년 동기(1만 3906건)보다 6.56% 늘었다. 반면 전세 거래는 지난해 상반기 1만 4572건에서 올해 1만 1620건으로 20.25% 급감했다. 오피스텔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56.0%로 오피스텔 전월세 거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월세였다. 지난해 상반기 월세 비중 48.8%에 비해 7.2%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월세 가격은 매매 가격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오피스텔 월세는 아파트 월세보다 저렴한 편”이라며 “급여 소득세율이 낮을수록 전세대출 이자 납입분에 대해 연말 소득공제를 받는 것보다 월세로 지출하고 세액공제를 받는 게 유리한 점도 월세 선호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기인 만큼 집주인과 한 번 계약하고 2년간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도 커진 것도 보인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또 “젊은 세대 사이에서 오피스텔에 대한 인식이 준아파트로 바뀌는 점 또한 오피스텔 월세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 듯하다”며 “아파트처럼 외부가 차단돼 개인 사생활이 보호되고 각종 편의 시설이 있어 오피스텔을 아파트를 대체하는 살림집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인들의 이자 부담 역시 커지고 있어 가파른 월세 인상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부담은 실거주 수요자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임대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당분간 월세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피스텔 매매 및 전세 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6월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 가격은 2억 6380만 원으로 2년 전(2억 5131만 원) 대비 4.97% 올랐다. 서울 오피스텔 매매 가격 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으며 전세 가격 지수는 2019년 6월 이후 37개월 연속 오름세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재 성격이 강한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 상품인 만큼 부동산 경기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대출 이자 등 수익과 비용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는 9993건에서 9297건으로 6.96% 줄어든 상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