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속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차주에게 대출을 내주던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금융) 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연 9%대’ 적금 상품도 나온 만큼 투자자 유출을 막으려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하지만 수익률이 높아지면 곧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차주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18일 온투 업계에 따르면 전체 온투사들의 6월 말 누적 대출액은 12조 7363억 원을 기록했다. 5월 말보다 겨우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월 연속 2% 성장이 멈춘 것이다. 데일리펀딩의 온투업 공시 사이트 ‘온투NOW’에 따르면 17일 기준 누적 대출액은 총 12조 9494억 원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온투업이 정체 상태에 빠진 것은 수신 기능을 하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빠져나간 영향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올린 데다 파격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상품도 속속 나왔기 때문이다. 신한카드와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우체국X신한카드 우정적금’ 금리는 최고 연 9.7%로 인상되는 등 2금융권에서는 10%에 육박하는 적금도 등장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수신 규모는 2210조 5000억 원으로 한 달 새 23조 3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수신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 및 기업 자금이 유입되면서 정기예금은 한 달간 9조 5000억 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역머니무브가 가속화된 셈이다. 한 온투사 관계자는 “아파트담보채권 투자 모집에 요구금리가 평균 10%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11.5%까지 올랐다”며 “예적금 금리가 올라가면서 (기존 금리로는) 투자자 모집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수익률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와 차입자를 연결해주는 온투업 특성상 수익률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과 직결된다. 투자자에게 ‘중위험 중수익’을 내세우며 차입자에게도 ‘중금리’로 대출을 해야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제2금융권과 차입자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1.5금융’의 위치가 무색해진다.
부동산 거래절벽은 급성장하던 온투 업계에 또 다른 악재다. 통상 이사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데 부동산 거래 자체가 적다 보니 대출 수요 자체도 줄고 있다. 전체 온투사들이 취급하는 상품의 76%가 부동산 담보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실제로 부동산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온투업권 상위 업체들의 누적 대출액 상승 폭은 일제히 꺾였다. 온투 업계에 따르면 피플펀드와 투게더펀딩(투게더앱스), 에잇퍼센트의 누적 대출액 순증 폭은 일제히 4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현재 부동산담보 상품만을 취급하는 투게더펀딩의 6월 누적 대출액은 약 15조 원으로 전월 대비 0.3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온투업권 투자 ‘큰손’인 법인투자가들도 빠져나가고 있다. 한 온투사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자산시장이 위축되며 법인투자가들의 온투업 투자가 중단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업권에서는 현재 규제로 막혀 있는 기관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은행·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경우 요구 수익률이 중수익에 맞춰져 있어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단 것이다. 또 다른 온투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 허용되면 대출 상품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온투사들은 플랫폼 이용료 등 수수료 할인 프로모션을 종료하거나 조정하는 방식으로 수익 증대를 꾀하는 모습이다. 피플펀드는 부동산담보연계대출 플랫폼 이용료 프로모션을 12일 종료하고 이용료 밴드 하단을 기존 최소 0.7%에서 1.3%로 두 배 가까이 인상했다. 투게더펀딩은 3월 말부터 투자자 수수료 이벤트를 중단하고 등급별 차등제를 실시해 수수료를 기존 대비 최대 0.5%포인트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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