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리기로 했던 경기 용인의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착공식이 개최 엿새 전 돌연 취소됐다. 착공식과 함께 발표 예정이었던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전략 공개도 미뤄졌다.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이 불투명해지면서 취소됐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보다 민생 챙기기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이번 판단은 상당히 아쉽다. 그는 규제와 까다로운 허가로 2019년 이후 3년간 미뤄진 SK하이닉스의 120조 원 반도체 프로젝트가 시작되려는 결정적인 순간, 그것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참을 택했다. ‘친기업’ 기조를 표방해온 그가 자기 색깔을 공공연히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은 셈이다.
그의 행보는 반도체 산업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봤던 평소 태도에도 의구심이 들게 했다.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공정 핵심 소재인 포토 마스크를 들어보이며 강의를 경청하거나 경제안보에 대한 소신을 밝혔을 때와는 다른 결정이다.
반도체 산업 역시 민생과 직결된다는 점도 의사 결정에 반영했어야 했다. 우리나라 연간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산업인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외 중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 관계자, 취업준비생, 연구자 등 많은 이들의 생계가 걸려 있다. 윤 대통령의 용인 방문 계획이 전해지면서 그가 발표할 경제안보 비전, 약속을 기다린 기업인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19일 그는 국무회의에서 다시금 반도체와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정부는 10년간 15만 명의 반도체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인력 양성 방안도 발표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조만간 반도체 산업 전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착공식 취소 이후에도 각 부처에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경제안보’를 구호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낼 결정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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