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지점 한 곳과 신한은행 지점 두 곳에서 발견된 거액의 외화 송금 이상 거래 중 일부가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와 관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환치기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암호화폐 환치기로 판명 날 경우 은행은 물론 거래소까지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3일과 30일 착수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수시 검사에서 암호화폐거래소와의 관련성을 일부 확인한 후 지난주 관련 사항을 검찰과 공유했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 기간을 연장하고 구체적인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와 관련성을 부인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환치기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내부 감사에서 각각 8000억 원, 1조여 원에 이르는 거액 외환 이상 거래 내역을 포착하고 이를 금감원에 보고한 바 있다.
수시 검사에 들어간 금감원은 해당 은행 지점 직원의 자금세탁방지법 및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수입 대금 결제 명목으로 이뤄진 거래가 실수요 자금인지, 서류를 위조하거나 암호화폐와 연루돼 차익 거래를 했는지, 중국계 불법성 자본 등과 연루됐는지, 자금 세탁 목적이 있는지 등도 점검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들 은행에 대한 검사 착수 직후인 이달 5일 “유사한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은행권 전체에 대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어 향후 검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암호화폐를 활용한 불법 외환 거래는 최근 몇 년간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암호화폐 이용 환치기로 적발된 금액은 2021년 8268억 원에서 올해 5월 1조 5231억 원으로 급증했다.
환치기란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간에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고 해외 송금 효과가 발생하는 불법 외환 거래 수법을 일컫는다. 예컨대 해외에서 의뢰인에게 받은 현지 화폐로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현금화한 뒤 의뢰인이 지정한 수취인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업계는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탓에 차익 거래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신종 범죄를 막기에 신고 의무도, 강제력도 없는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은 실효성이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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