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실적 호조와 달러 강세 완화에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21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162.06포인트(0.51%) 오른 3만2036.90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9.05포인트(0.99%) 오른 3998.95를 기록했으며 나스닥은 161.96포인트(1.36%) 상승한 1만2059.61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나스닥은 이번 주 들어 누적 5.3% 상승했다. 다우존스와 S&P500도 주간 기준 각각 2.4%. 3.5% 올랐다.
이날 나스닥 간판 종목 중 하나인 테슬라의 2분기 실적 호조 영향이 이어졌다. 테슬라는 전날 발표한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2분기 매출액은 169억3000만 달러(22조2500억 원)로 1분기(187억6000만 달러)와 비교해 9.8% 줄었지만 전기차 가격 인상 등에 힘입어 순이익 22억6000만 달러(2조9700억 원)를 기록해 작년 2분기(11억4000만 달러) 보다 약 두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2.27달러로, 월가 예상치(1.81달러)를 웃돌았다. 이 날 테슬라는 9.8% 상승했다.
종목별로 보면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이 4.19% 올랐으며 AT&T와 아메리칸 항공은 전망치보다 높거나 준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잉여현금흐름 가이드라인을 낮추고 성장 계획을 축소하면서 각각 7.6%, 7.4% 하락했다.
시장 전반적으로는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짝 긴장한 채 지켜봤던 2분기 실적이 우려보다는 괜찮은 수준이라는 안도감이 최근 며칠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까지 S&P 500 편입 기업 중 약 18%가 2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으며 이중 71%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업홀딩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로버트 켄트웰은 “이날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잠재적인 가격 회복과 함께 수치가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잠재적인 낙관적 전망”이라며 “하지만 이는 거의 한 달 동안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나 이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행보 등 거시적인 경제 환경은 최근 며칠 사이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질주하던 달러 강세가 이날 소폭 완화된 점도 증시 상승에 한 몫 했다. 유럽 중앙은행은 이날 미국 증시가 열리기 전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인상 폭도 앞서 예고한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의 빅스텝이었다. 이에 미국과의 기준 금리 격차로 약세를 면치 못하던 유로화가 소폭 반등하며 달러 강세도 상대적으로 완화됐다. 유로와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국 화폐 대비 달러 가치를 비교해 지수화한 달러 인덱스는 이날 106.63으로 내려왔다. 지난 14일 달러인덱스는 2002년 10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108을 넘기며 108.54까지 치솟은 바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기술주의 경우 수익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해외 수익 비중이 큰 기업들은 현지 통화로 벌어들인 돈을 본국인 미국으로 송금할 때 달러 가치가 높을 수록 환전 과정에서 환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근본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필라델피아 연준이 발표한 제조업 지수는 -12.3으로 다우존스의 추정치 1.6에 미치지 못했다. 최초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16일 주간 25만1000건을 기록해 전주 24만4000건에서 또다시 늘었다. 휴 로버치 퀀트 인사이트 분석 책임자는 “전반적인 금융 상황이 현재 흐르는 방향대로 계속 타이트해진다면, 이는 미국 주식의 적정 가치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테슬라가 보유중이던 비트코인을 대량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이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현재 2만3241.68달러로 1.82% 하락해 거래되고 있다. 반면 이더는 9월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2.30% 상승한 1589.65달러에 거래 중이다. 테슬라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2월 구매한 15억 달러(1조9700억원)어치 비트코인을 판매해 6월 말 기준 디지털 자산 비중이 2억1800만 달러(2800억 원)로 줄이고, 현금을 9억3600만 달러(1조2300억 원) 늘렸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측은 다만 보유 중인 도지코인은 그대로 이며, 비트코인도 향후 상황에 따라 추가 구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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