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가 국내에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캠핑계 에르메스'라고 불릴 만큼 프리미엄을 강조한 이미지로 캠핑을 즐기는 20~30대 소비층을 사로잡은 효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 외에도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화권 라이선스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해외진출을 본격화하면 성장폭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노우피크어패럴을 전개하는 감성코퍼레이션의 지난해 매출은 489억 원으로 164억 원이었던 전년 대비 1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5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올 1분기 매출은 1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배 이상 늘었다. 증권가는 올해 감성코퍼레이션의 연매출이 9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감성코퍼레이션 고속성장의 일등공신은 단연 스노우피크다. 코스닥 상장사인 감성코퍼레이션의 전신은 모바일 주변기기를 취급하는 버추얼텍으로, 작년 기준 모바일과 의류의 매출 비중은 각각 30%, 70%다. 감성코퍼레이션은 2020년부터 일본 스노우피크의 국내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약 3년 만에 매출 1000억 대를 바라보는 브랜드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오프라인 매장 수는 2020년 46개에서 이달 110개로 늘었다. 연말까지는 총 130개 이상 매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오프라인 점당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1% 증가했다. 지난해 온라인 매출도 총 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55% 급성장했다.
패션 업계는 스노우피크의 '명품 캠핑룩' 전략이 국내 젊은 소비자층에게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노우피크의 반팔 티셔츠는 7만~9만 원대로 경쟁사 대비 다소 높은 편이지만,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트렌드에 부합해 신규 고객을 빠르게 유입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또 고품질의 원단과 절제된 디자인, 캠핑에 어울리는 독특한 컬러감 등 삼박자로 기성세대를 타깃으로 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배우 류승범씨를 전속모델로 발탁해 자유로우면서도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도 인지도 증대에 주효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캠핑시장 규모가 자체가 커진 것도 한 몫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사람이 붐비는 곳보다 자연 속에서 소수 모임을 갖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젊은 '캠핑족'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과 캠핑아웃도진흥원 등에 따르면 국내 캠핑시장 규모는 2016년 1조 5000억 원에서 4조 원대까지 성장했다. 국내 캠핑 인구는 약 7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 진출도 기대된다. 감성코퍼레이션은 스노우피크의 중국, 홍콩, 대만 라이선스도 확보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중국 캠핑 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1135억 위안(한화 2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멀리 떠나는 여행 대신 도심이나 근교에 있는 가까운 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와 함께 고가 캠핑용품과 의류 매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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