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대출·예금 행태가 크게 변하고 있다. 일정 기간 대출 금리 인상 폭을 제한할 수 있는 ‘금리 상한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판매가 갑자기 2∼3배로 증가했다. 아울러 빅스텝과 함께 수신(예금) 금리도 뛰면서 20여일 사이 5대 은행 정기 예·적금에만 20조원 가까이 몰렸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우리은행이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간 내준 금리 상한형 주담대 건수는 80건, 취급액은 약 1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이 지난해 7월 1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1년간 취급한 금리 상한형 주담대 실적(51건, 약 93억원)의 2배 정도다. 신한은행 역시 금리 상한형 주담대 가산금리를 1년간 면제하기로 한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총 22건, 약 51억원을 취급했다. 그 전 1년 실적(9건, 약 12억3000만원)의 2∼4배로 뛰었다.
한은이 예고한 대로 올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면 연말쯤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금리 상한형 주담대에 대한 대출자들의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한형 주담대는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자들이 과도한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일정 기간 대출금리의 상승 폭을 제한하는 상품이다. 은행들이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금리 상한형 주담대의 혜택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줬다. 금리 상승 제한 폭을 기존 연 0.75%포인트(p)에서 최저 0.45%포인트까지 낮추거나, 가입 비용으로 대출금리에 붙던 가산금리 0.15∼0.2%포인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식이다.
시중은행 예·적금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금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농협은행은 20일 기준) 704조4484억원으로 지난 6월 말보다 19조3525억원 증가했다. 정기 적금 잔액은 37조9634억원으로 같은 기간 4991억원 늘었다. 5대 은행 예·적금 잔액이 이달 들어 20일새 19조8516억원 증가한 셈인데, 6월 전체 증가분(6조237억원)의 3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는 은행들이 앞다퉈 수신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면서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즉각 최대 0.90%포인트까지 인상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4대 은행이 판매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과 적금 금리(우대 적용 단리 기준) 상단은 각각 3.40%, 5.5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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