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고유가 특수를 누리는 산유국들이 대규모 인프라 사업 발주에 나서는 현 상황이 해외 수주를 확대할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도 국내 주택 경기가 꺾이는 것과 맞물려 해외로 눈을 돌려 수주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2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국 건설 기업들이 수주한 내역을 분석한 결과 고유가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주와의 상관계수는 0.84로 집계됐다. 상관계수는 절댓값이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 사이의 연관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동 산유국들이 고유가 특수가 찾아오면 통상 1년~1년 반이 지나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잇따라 발주해왔다고 분석한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조사에서도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인 고유가 상황은 중동 지역 산유국의 인프라 사업 발주와 상관계수가 0.97에 달할 정도로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 시대가 펼쳐지면 중동 산유국들이 신도시나 항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인프라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97%에 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중동 지역 산유국 재정 상황이 개선되면서 관련 시장 발주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건설 시장 발주 규모는 약 9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여기에 총 사업비 5000억 달러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까지 더할 경우 해외 건설 수주와 오일머니의 상관관계는 더욱 높아진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유가 상승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막히는 상황이 오게 되면 산유국들이 경제 호황을 맞이하게 된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산유국 정부가 추진하는 공사 발주가 늘어날 수 있지만 이전의 중동 붐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발주국 다변화 등 보다 치밀한 수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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