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 단체급식 일감 개방’ 조치로 타격이 예상되는 국내 대형 급식업체들이 해외 수주 및 레저 사업장 진출 확대 등으로 수익처를 다각화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계열 급식회사는 수의 계약으로 그룹 내 계열사 단체급식을 수주해왔지만, 공정위의 급식 규제로 수익 악화 우려가 커지자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발 빠른 대처 속에 일부 업체는 ‘제2의 캐시카우’를 확보하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까지 키우고 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범 LG가(家)의 급식업체 아워홈은 올 3월 이후 현재까지 중국 사업장 3곳, 베트남 사업장 8곳의 단체급식을 수주했다. 중국은 난징과 광저우, 베트남은 호치민과 하이퐁에 위치한 기업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국내에서 선발된 마스터 셰프, 최고 수준의 영양사를 파견해 수준 높은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워홈은 앞서 지난해 7월 폴란드에서 단체급식사업을 수주하고 같은 해 9월 미국 우정청 구내식당 운영권을 획득하는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북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도 중동과 멕시코 등에서 해외 수주를 따내고 있다. 올 초부터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에 단체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멕시코 타바스코주에서는 단체급식과 함께 400실의 숙소와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모트 사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해외 수주 사업 국가를 확대하고 해외 급식 매출액도 전년보다 20% 늘어난 800억을 목표로 잡았다.
이 같은 새 시장 개척은 사실 ‘대기업 단체급식 일감 개방’이라는 위기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4월 공정위와 삼성, 현대자동차, LG, 신세계 등 8개 대기업 집단은 구내식당 일감을 전격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아직 업체를 교체한 기업이 많지는 않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계약 만료에 따른 경쟁 입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와 거래 비중이 높았던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줬던 거래처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해외 진출 외에도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비롯한 레저 사업장 공략도 눈에 띈다. CJ프레시웨이는 코로나 19 이후 골프 수요가 증가하자 골프장 운영 점포 수를 늘리는 한편, 국내 최대 규모 워터파크인 오션월드의 식음 시설도 운영 중이다. 올 1분기 CJ프레시웨이의 골프장 등을 포함한 레저·식음료 위탁 운영 부문 1분기 매출은 2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 신장했으며 2분기 매출액도 15%가량 늘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웰스토리도 올해 골프장 식음 사업장 운영 수를 전년대비 10여 개 늘렸다.
고급 아파트에 식음료를 제공하는 ‘케이터링 서비스’도 활로 중 하나다. 신세계푸드는 올 5월부터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뷔페식 음식을 제공 중이다. 학교·직장 급식 단가보다 높아 고부가 가치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대기업 단체급식 개방으로 호재가 예상되는 업체도 있다. 업계는 계열사 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CJ프레시웨이가 경쟁사의 그룹 물량을 수주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밖에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면서 단체급식 인프라를 갖춘 풀무원도 삼성전자·현대자동차 주요 사업장 구내식당 운영권을 따내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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