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시범 서비스 중인 자율주행차 ‘로보셔틀’을 시승했다. 이곳 연구소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로보셔틀 4대가 곳곳을 누비며 직원들의 발이 돼주고 있다. 이용객이 승하차를 지정한 정류장에만 서는 데다 수요에 맞춰 최적의 이동 경로를 생성한다는 효율성을 앞세워 이용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로보셔틀을 아직 이용하지 않은 직원은 있어도 한 번만 이용한 직원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로보셔틀은 현재 347만㎡(약 105만 평) 규모 남양연구소 부지의 80~90%를 스스로 달린다.
현대차·기아 연구개발(R&D)의 심장부였던 남양연구소가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기지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남양연구소 내 자율주행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등 미래 기술 개발과 실증을 동시에 추진해 완전 자율주행 시대로의 진입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다.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쏠라티 기반의 로보셔틀이 연구소 내부를 순환하며 도로 위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에는 주차타워를 세워 원격 자율주차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높인다.
◇카메라·레이다·라이다 등 센서만 23개=현대차 로보셔틀에는 카메라 10대, 레이다 5대, 라이다 8대 등 다양한 센서가 탑재된다. 센서별로 인식할 수 있는 거리나 정확도는 다르지만 여러 센서의 결합으로 차량 전후와 좌우 최대 200m 범위의 상황을 인식해 자율주행을 한다. 라이다를 배제하고 카메라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미국 테슬라와 비교해 훨씬 다양한 센서를 활용한다. 무리하게 기술 수준을 높여가는 대신 양산까지 고려해 기술을 안정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전략이다. 주건엽 현대차·기아 자율주행SW개발 3팀장은 “날씨 등 다양한 환경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위해 다수의 센서를 융합해 활용하고 있다”며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 성능을 안정화하면서도 비용을 줄여 제품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셔틀은 레벨4 자율주행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총 5단계의 자율주행 기술 중 레벨3은 운전자가 비상시에만 개입하면 되고 레벨4는 제한된 영역 내에서는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실질적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4 기술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지난달부터 샌프란시스코 일부 지역에서 레벨4 수준의 무인 로보택시 30대를 유료로 운행하기 시작했다. 크루즈 로보택시는 폭우가 내리지 않는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교통량이 적은 지역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다. 포드와 폭스바겐그룹이 공동 투자한 로보택시 스타트업 ‘아르고AI’는 5월부터 미국 마이애미와 오스틴에서 레벨4 자율주행 시험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연말 레벨3 기술 상용화=현대차그룹은 현재 레벨3 기술은 고속도로를 대상으로, 레벨4 기술은 도심 지역을 겨냥해 개발하고 있다. 12월 G90 연식 변경 모델에 레벨3 기술을 채택해 상용화에 들어간다.
기술력 과시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보다는 ‘보편적 안전, 선택적 편의’를 지향하겠다는 목표다. 주 팀장은 “도심 지역은 교통 상황이 복잡한 만큼 레벨4 자율주행에서 더 복합적인 기술을 요하는 것은 사실이나 기본적으로 두 레벨은 서로 요소 기술을 공유하는 관계”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오토에버를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자율주행의 기반이 되는 정밀 지도 기술도 내재화했다. ㎝의 작은 단위까지 오차를 줄여야 하는 자율주행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밀 지도 기술 확보가 향후 자율주행차 경쟁력 강화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율주행차는 통상 차량용 내비게이션에도 활용되고 있는 일반 지도를 통해 먼저 최적의 경로를 지정하고 이 경로를 ‘정밀 지도’로 전달해 경로를 만든다. 일반 지도에서는 도로 수준의 경로를 만든다면 정밀 지도에서는 차선 수준의 보다 세밀한 경로를 생성한다. 500m 앞에서 우회전을 해야 한다는 결정이 일반 지도에서 이뤄지고 우회전을 하기 200m 전 우측 차로로 이동해야 한다는 판단은 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식이다. 주 팀장은 “정밀 지도를 통해 확인한 도로 정보와 각종 센서로 인식한 정보를 매칭해 최종적으로 차량에 판단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로보셔틀은 남양연구소 외에도 현재 경기도 성남 판교에서 시험 운행을 하고 있다. 올해 내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자율주행 성능 개선을 위한 ‘딥러닝’에 활용된다. 주 팀장은 “센서를 통해 인근 물체의 종류와 위치, 속도, 진행 방향 등 다양한 정보를 인식하고 판단을 내리는 데 딥러닝 기술이 활용된다”며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학습시키면 자율주행 성능이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 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