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물류 로봇 개발을 위한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생활 가전과 자동차 전장 사업 등에서 축적한 제조 노하우로 급성장 중인 물류 로봇 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물류 자동화’ 로봇 전문가 모집에 나섰다. 회사가 선발한 관리자는 국내 물류 현장 작업 환경을 분석해 로봇 활용 방안을 도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 결과에 기반한 상품화를 위해 유관 부서와의 협업을 주도한다.
LG전자는 세계적인 로봇 전문가 영입에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회사는 지난 3월 세계적인 로봇 석학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를 자문역으로 채용했다. 홍 교수는 과학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에서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선정된 로봇 분야 최고 권위자다.
LG전자의 인재 영입은 차세대 산업인 로봇 시장을 일찌감치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시장으로 떠오른 물류 로봇 시장 고급 인력 확대에 집중하는 점이 핵심 포인트다.
물류 로봇은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물류·배송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약 6조1000억원에서 매년 8% 성장해 2025년 11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전환(DX)가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화두가 되면서 로봇 기반 물류 혁신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시장은 기술 복잡성으로 다른 영역에 비해 진입이 상당히 어렵다. 다수 로봇을 제어해야 하고, 각종 솔루션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과 통신 기술을 아울러야 한다.
LG전자는 그간 생활 가전 사업에서 쌓은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 △각종 통신·AI 기술, △풍부한 자본 등으로 경쟁사가 접근하지 못하는 대형 시장을 먼저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 이 분야 인재 영입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데니스 홍 교수를 영입한 이유 역시 물류 로봇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홍 교수가 물류 창고에서부터 고객의 집 앞까지 유통 전 과정을 총괄하는 통합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관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고에서 물류 관리 시스템·솔루션 전문가 채용에 나선 배경도 단순히 물류 로봇 개발에 그치지 않고, 최종 소비자에게 물건을 배송하기 위한 ‘라스트 마일’ 솔루션을 구축하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력 영입과 투자는 서서히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6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물류 로봇 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회사는 협약 이후 CJ대한통운 대형 물류 거점 메가허브 곤지암에 LG 클로이 캐리봇과 물류 센터 내 시설 연동 솔루션, 로봇제어를 위한 관제 시스템 등을 설치한다. 양사는 CJ대한통운의 다른 물류 거점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 로봇 솔루션은 고도화한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업 확대가 쉽지 않다”며 “폭넓게 전자 사업을 확장한 경험이 있는 LG전자의 도전과 인력 영입이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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