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산업 구조 조정 해결사로서 산업은행의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에 위기를 느낀 산은은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25일 산은에 따르면 22일 열린 ‘2022년 하반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산업계 피해를 외면하는 노사 갈등이 심화하면서 한계기업들의 손실이 더욱 확대되고 유동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으로, 향후 구조 조정 과정에서 노조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강 회장은 앞서 하청노조 파업 손실에 “세금 한 푼도 지원해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함께 강 회장은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위기 발생 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KDB 비상경제대응체제’를 구축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강 회장의 비상경제대응체제 구축이 산은의 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 조정 성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터진 대우조선 사태가 산은의 역할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의 구조 개편은 이미 강 회장이 취임하며 화두를 던졌다. 2028년까지 본점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구조 자체에 대한 전면 재수술도 필요하다는 게 강 회장의 인식이다. 강 회장은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지내며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등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를 적극 추진했다. 앞서 2013년에는 산은의 민영화를 골자로 한 ‘한국산업은행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부산 이전으로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민영화보다는 구조 개편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을 둘러싼 환경도 역할 재정비에 힘을 싣는다. 공교롭게도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산은 민영화 계획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정치권의 산은 개혁 의지도 강하다. 문재인 정부 막판인 4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산은의 기능을 통합 또는 축소하는 등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5년간 산은에 대한 평가는 ‘안 된 것도 없고 된 것도 없다’는 문장으로 요약된다”고 비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고강도 개혁을 주문하는 현 정부와 대표적 금융 구조개혁론자인 강 회장에게 대우조선 사태는 산은 구조 개혁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부산 이전 등으로 내부 혼란이 심한 가운데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나갈지가 강 회장에게 가장 우선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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