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알몸 배추’ 파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봄 자신을 김치찜 전문점 사장이라고 밝힌 A 씨는 중국산 김치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며 메일로 관련 사진과 영상을 보내왔다. 김치를 납품하는 중국 현지 공장으로부터 받은 제조 시설 영상과 중국 당국으로부터 안전성을 확인받은 내용의 공문이었다. A 씨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직접 이 사진을 공개하고 호소했지만 매출 타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A 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은 중국산 김치 불매운동 불똥이 튈라 국산 김치를 식탁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중국산 김치의 반격이 시작됐다. 매달 3만 톤에 육박했던 김치 수입량은 지난해 1만 톤 수준으로 급감했으나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 5월 수입량은 2007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이 다시 중국산 김치로 갈아탄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국산 김치는 수입과 비교해 2~3배가량 값이 더 나간다. 치솟는 채소 값에 더는 여유가 없어진 자영업자들이 다시 수입 김치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국산 김치를 사용해봤자 누가 알아주느냐’며 중국산 김치를 다시 납품받겠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자영업자들이 중국산 김치를 선호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달 들어 오이와 양파·당근·상추 값이 전년 대비 50~120%가량 뛴 상태에서 자영업자들에게만 애국심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무분별한 불매운동보다는 자영업자들이 국산 김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나마 대한민국김치협회에서 100% 국내산 재료로 만든 배추김치를 제공하는 식당에 대해 ‘국산 김치 자율표시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보상책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언제든지 국산 김치를 즐길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